[본 기사는 6월 16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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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지분 인수에 삼성그룹 못지않게 SK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SK C&C 합병 주주총회(26일)를 앞두고 이번 사건이 발생하며 행여나 합병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 4월20일 SK와 SK C&C의 합병계획을 밝히며 이달 26일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5월11일 주주명부가 폐쇄돼 추가로 주요 주주가 등장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달초에 엘리엇이 등장하며 합병과 관련한 이슈가 재부각되는게 반갑지 않은 것이다. 또한 행동주의 투자자를 표방하는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국내의 주요 대기업인 삼성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지난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의 SK 지분 매입을 연상되기도 한다.
당시 SK그룹은 SK글로벌 분식회계 문제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소버린측의 공격을 받았고 소버린은 2005년6월에 지분을 매각해 26개월새 430%의 수익을 낸 바 있다.
15일 SK그룹 내부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SK그룹 입장에서는 가능한 조용하게 합병이 통과되기를 바랬을텐데 엘리엇-삼성물산 사건으로 과거 그룹의 치욕사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재부각돼 기분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룹의 최대 현안인 SK-SK C&C 합병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미 지난 5월말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 관련 주주총회를 원안대로 승인한 현대제철은 지난 10일 36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와 SK C&C의 합병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SK와 SK C&C의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각각 31.87%, 49.35%에 달해 주주권 대결에서 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가격이 현 주가에 비해 낮은 상황이어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와 SK C&C의 보통주 기준 주식매수청구가격은 각각 17만1853원, 23만940원이다. 회사측은 양사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경우 합병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합병비율 등 합병과 관련해 일부 주주들의 문제제기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이달초 대신경제연구소는 SK그룹이 양사간 합병을 밝히며 SK C&C 자사주(600만주) 소각과 SK의 신주(1118만주) 미발행계획을 사전에 발표하지 않고 합병과 함께 발표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SK C&C 자사주 소각은 직후(4월27일)에 완료됐으나 SK 신주 미발행효과는 합병기일(8월1일)에 나타나 상대적으로 SK 주주들의 주주권익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SK그룹에 밝은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와 SK C&C 합병은 시장에서 원하던 내용이고 또 주가도 그렇게 반응하고 있어 합병 자체가 부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합병비율 등과 관련해 SK 일부 주주들이 충분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