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나온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를 악용해 공모주 배정혜택만 노리는 ‘무늬만 하이일드펀드’에 제동이 걸린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신용등급이 낮은 특정 증권사의 후순위 파생결합사채(ELB·DLB)를 편입해 비우량채권 요건을 갖춘 펀드의 실태를 파악하고 제재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18일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에 서신을 보내 펀드에 파생결합사채를 편입해 비우량채권 요건을 갖추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공모주 한방을 노리고 파생결합사채로 요건을 충족하는 일부 운용사의 행태가 저신용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한다는 하이일드펀드 도입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금투협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중소·중견기업의 자금조달 지원이라는 도입 목적에 맞게 보다 세밀한 관리가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공모주 배정에서 이들 펀드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실태조사에서 A증권사의 ELB·DLB를 편입해 비우량채권 30% 요건을 충족한 운용사·자문사를 파악한 금투협과 감독당국은 공모주 배정에서 이들 펀드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모주 배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지난해 동양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일부 운용사·자문사들은 BBB+등급 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A증권사의 후순위 DLB를 사모 하이일드펀드에 편입하는 꼼수를 부려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어 왔다.
형식이 채권일 뿐 구조화 투자상품인 ELB·DLB로 하이일드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고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만을 노린 것. A증권사가 모기업 부도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져 파생결합사채가 하이일드채권으로 분류되는 허점을 악용했다. 주로 양도성예금증서(CD)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되는 이들 DLB는 수익률 2% 수준의 투자상품으로 중소·중견기업 자금조달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15일 기준 동양자산운용의 사모형 하이일드펀드의 설정잔고는 3320억원. 최근 다른 운용사들도 DLB편입을 늘리면서 꼼수 하이일드펀드의 규모는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협회는 서신에서 “파생결합사채는 일반 기업의 자금조달 성격의 회사채와 달리 금융투자상품 성격이 강하다”며 “ELB·DLB의 편입을 통해 비우량채권 요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인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비우량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만들어진 .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BBB+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주식에 투자하면 1인당 연간 5000만원의 분리과세 혜택과 공모주 10% 우선배정 특권을 준다.
지난해 말 삼성SDS 제일모직 공모에서 일반 투자자보다 5~10배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면서 설정잔고 3조원 이상으로 몸집을 불렸다. 이달 청약하는 SK D&D, 미래에셋생명을 비롯해 하반기 이노션·제주항공·LIG넥스원·토니모리 등 대어급 IPO가 줄줄이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들 운용사는 하이일드채권이 없다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 실정”이라며 “꼼수 운용사들이 난립하면서 선량한 대부분의 하이일드펀드와 투자자들이 공모주 배정물량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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