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측에 문의해보니 완성된 보고서도 아니라고 하더라. 삼성물산을 과대평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료를 왜곡했다."(삼성물산 측)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이 법원에서 처음 얼굴을 대면했다. 양측 법무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법원 심문에서 합병비율 산정방식을 놓고 날선 공방이 펼쳐졌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엘리엇 측이 신청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에 대한 심문이 실시됐다.
엘리엇 측은 "국내 대형 회계법인 중 한 곳에 의뢰해 양사 공정가치를 감정한 결과 합병비율이 1대1.6(제일모직 대 삼성물산)으로 산출됐다"며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보다는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작업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심문에서 엘리엇 측이 밝힌 삼성물산의 공정가치는 주당 10만597~11만4134원이다. 반면 제일모직은 6만3353~6만9942원으로 이보다 낮았다. 이는 삼성 측이 공시한 제일모직(15만9294원)과 삼성물산(5만5767원)의 합병가액과 비교할 때 차이가 큰 수치다. 공시된 양사 합병비율은 1대0.35다.
삼성 측은 이런 주장과 관련해 엘리엇이 의도적으로 자료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은 "대형 회계법인에 의뢰했다면서 가처분신청서에 회계법인 이름도 밝히지 않았더라"면서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한영회계법인이 감정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한영회계법인에 문의하니 엘리엇이 일부 내용만 발췌했고, 보고서가 최종본이 아닌 초안 상태임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측은 "게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가치를 산정하는 회계기준이 각각 달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면서 "결국 삼성물산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료를 왜곡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판례를 근거로 이번 합병 주총을 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 측은 "판례를 살펴보면 합병비율이 허위자료 또는 터무니없는 예상 수치에 근거해 산출된 경우에만 무효로 판결이 났다"면서 "판례에선 합병가액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인 경우에도 합병을 정당하게 봤는데, 삼성물산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0.6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합병 무산에 나선 엘리엇 측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 측은 "엘리엇이 발송한 주주제안서는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자산 전부를 중간배당을 통해 빼내가자는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사실상 삼성물산의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성물산이 합병 주총 참석 주주확정 기준일인 지난 11일 자사주 5.76%를 KCC에 매각한 것을 두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엘리엇 측은 이번 자사주 매각이 불공정한 거래이며, KCC 역시 위법행위에 적극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 측은 "자사주 처분은 회사와 주주에 최대한 이익이 되도록 처분돼야 하는데, 이번 합병에 대해 주주 간 첨예한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매각이 단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엘리엇이 합병 반대 의사를 공개 표명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했다고 맞섰다.
삼성 측은 "엘리엇 측이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늦어도 다음달 1일 오전까지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오수현 기자 / 강봉진 기자 / 이현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