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 중 한국 기업들이 올해 자금조달과 설비투자를 줄이고 현금 쌓기에 주력하는 등 축소경영에 나설 의지가 가장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매출과 수익 전망도 아태지역 기업중 최악인 것으로 조사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25일 이같은 내용의 ‘2015 아시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12개국 기업 재무 담당 임원 63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국내 기업 CFO는 전체 한국인 응답자의 41%에 불과해 싱가포르와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필리핀이 80%로 가장 높았고 인도네시아(77%), 인도(73%), 태국(67%), 일본(64%) 등이 뒤를 이었다.
자금조달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한 한국 CFO도 49%에 그쳤다. 반면 일본 CFO의 79%는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겠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올해 자본비용 증가를 예상한 한국 CFO는 51% 였던 반면 아태 지역 평균은 70%에 달했다.
대신 한국 기업은 현금준비 규모를 늘릴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업 잉여 현금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겠다고 답한 CFO는 32%였으나 올해는 무려 71%가 현금 쌓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재무 전략을 세운 건 올해 성장 전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본 한국 CFO는 73%로 작년 보다 약 10% 줄었다. 1년 사이 매출 전망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국가는 한국과 태국뿐이다.
신진욱 BoA 서울지점 대표는 “한국 기업이 다른 아태 지역 기업에 비해 투자와 현금 보유 측면에서 보수적인 전략을 고수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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