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분쟁 중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경영진을 강하게 비난했다. 배임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엘리엇은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제안에 대한 엘리엇의 추가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된 15쪽짜리 자료에서 "삼성물산 이사회 측 분석은 삼성물산 사업과 자산에 대한 실질적 가치를 무시했고 제일모직 수익성 성장에 대해서는 투기적인 예측을 했다"며 "주주가치에 대한 이사회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삼성물산 경영진이 다수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엘리엇은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가치를 증대시킬 것이라는 이사진 주장을 검토했으나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4조원이라는 공격적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어떤 분석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삼성물산 측이 제시한 합병에 따른 이익도 빈약한 근거에 기인해 추측성으로 제안한 것이어서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고 일축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들은 법적 합병비율만을 내세우고 있지만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어떤 합병 계약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삼성물산 경영진이 상법상 '충실의무'와 민법상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회에는 주주를 위한 최대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결여돼 있다"며 "최소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삼성물산 주주들의 장부가치 7조8000억원을 제일모직 주주에게 이전하는 합병 제안보다 훨씬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외국 헤지펀드의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 여론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안 논쟁을 '국내 우량 기업과 외국 헤지펀드 간 대결'로 몰아가는 삼성과 국내 일부 여론에 대해 염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주주행동주의 전문가는 "일단 엘리엇이 삼성물산 경영진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배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외국 헤지펀드라는 이유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으면 이를 문제 삼아 ISD(투자자·국가소송)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외국 헤지펀드로부터 국내 우량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