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투자자들의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익률이 들쭉날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 증시도 3거래일 연속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중국본토 펀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여파가 우려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 가능성이 남아 있어 성급한 유럽펀드 환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익이 많이 난 중국본토 지수형 펀드의 경우 일부를 차익실현하고 유망 업종이나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펀드로 갈아타기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46개 유럽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0.34%에 그친다. 같은 기간 유럽펀드에 유입된 8662억원이 손실구간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최근 3개월간 가장 많은 4220억원이 유입된 ‘슈로더유로펀드’는 이 기간 수익률이 -0.46%에 불과하다.
중국펀드도 마찬가지다.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온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와 ‘KB중국본토A주’는 한주간 각각 -5.92%, -5.7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전환했다. 아직 연초 이후 수익률은 74.74%, 41.23%로 높지만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초 이후 유럽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6.33%로 여전히 국내주식형 펀드(9.81%)의 두 배에 가깝다. 다만 최근 한 달간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국제금융 협상에서 진전없는 모습을 보이자 이 기간 유럽펀드 수익률도 -1.63%까지 하락했다. 지난 주말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동성 지원 규모를 확대하지 않기로 하면서 유럽펀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스 은행들은 29일(현지시간)부터 다음달 5일로 예정된 구제금융 조건 찬반 국민투표일까지 영업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투자비중이 큰 경우 일부 비중을 줄일 필요는 있지만 공포감에 사로잡혀 손실이 발생한 펀드를 무작정 모두 환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유럽시장의 경우 단기적 악재는 맞지만 그리스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가져올 여파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0일까지 다양한 채널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2012년과 달리 유럽 은행이나 주요국들의 그리스 노출도가 높지 않아 충격의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장기적 펀더멘탈 개선 가능성에 주목해 그리스 리스크가 확인된 직후는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경석 KB자산운용 상무는 “양적완화 초기 단계의 유로존은 향후 거시적 경제지표 개선 등 펀더멘탈이 좋아질 개연성이 높은 지역”이라며 “아직 유럽펀드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리스 디폴트 여파가 시장에 반영된 후 가격 분할(자산 가격이 낮아질 때마다 매수) 방식이, 기존 투자자들의 경우 장기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일단 수익이 많이 발생한 투자자라면 투자금의 절반 안팎을 환매해 차익을 실현하고 조정시 추가 조정시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최근 몇년간 중국 내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들도 늘어났다”며 “기업 경쟁력이 늘어나면서 증시가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 자체가 단기간 과도하게 급등한 것은 분명한 만큼 앞으로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기 보단 좋은 업종과 기업을 고르는 방향으로 중국 투자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석민수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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