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해외 플랜트 출혈 경쟁에 시달리던 건설사들이 양질의 수주로 차별화에 나서 이목이 쏠린다. 무작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막고 장기적 수익을 내겠다는 포석이다.
GS건설은 2013년 영국 EPC(설계·구매·시공)업체 페트로팩, 독일 엔지니어링 업체 린데와 공동 수주한 1조5237억원 규모의 카자흐스탄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계약을 최근 자발적으로 해지했다. 상세 설계 작업을 진행하면서 향후 시공사가 지출해야 할 실제 비용을 산출한 결과 상당한 규모의 손실 발생이 예상돼서다.
GS건설 컨소시엄 측은 발주처에 도급액의 추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에 실패해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입게 되는 손실액이 꽤 클 것으로 예상됐다"며 "그간 설계 작업에 들어간 비용은 발주처가 부담해 결과적으로 GS건설이 입은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땅이나 건물 등을 사서 부동산 상품을 만들어 파는 개발업자(디벨로퍼)처럼 직접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건설사도 있다. 2013년 사명을 '한라건설'에서 '한라'로 변경한 후 새롭게 변신 중인 한라가 그 가운데 한 곳이다. 한라는 개발자에게 적절한 사업지를 직접 찾아내 사업아이템·콘셉트 등 개발기획을 제안해 수주를 따내는 고객맞춤형 전략을 쓰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송도점 등은 한라가 적절한 용지를 먼저 찾아낸 뒤 현대백화점그룹에 제안해서 개발에 들어간 사례다.
포스코건설도 기획제안 방식으로 작년 12월 1590억원 규모의 미얀마 호텔건립 시공권을 따냈다. 미얀마 양곤시 중심부에 조성되는 이 호텔은 지하 1층~지상 최대 29층, 2개 동 규모로 구성된다. 고급호텔 335실, 장기숙박 호텔 321실, 컨벤션센터, 부대시설 등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당초 이 땅은 미얀마 국방부의 유휴지였다. 포스코건설은 개발 사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1월 롯데호텔·대우증권·대우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사업 추진에 돌입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 점에 특히 주목한다. 미얀마 정부는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다. 포스코건설은 시행자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건설·일정 기간 운영한 후 정부에 무상으로 양도하는 BOT 방식으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사들이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인 결과 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 위기에 처했었다"면서 "그 학습효과로 최근 양질의 수주로 승부하는 건설사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