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커머셜기업고객부(Commercial Client)를 새롭게 만들고 전 세계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이 해외, 특히 신흥국가들에 진출할 때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집중적인 금융·세무 관련 서비스 지원을 하면서 동반성장을 하는 모델을 만든 것이다. 많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거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할 때 보통 이런 방식의 토털서비스를 해 주곤 한다. 어떤 기업의 오너가 해외에 개인적인 자산을 투자하거나, 세금 관련 문제를 상담하려 할 때 은행(또는 증권사)들이 도와주면서 자금운용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아니라 기업, 그것도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은행이 이런 ‘집중케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사례는 적어도 국내에선 많지 않다.
따라서 두 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첫째,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왜 중소기업을 집중적인 고객으로 택했을까? 둘째, 이 은행은 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집중적인 육성 목표로 잡았을까?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라는 금융수요는 향후 은행 비즈니스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매경MBA팀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커머셜기업고객부 글로벌대표인 앤드류 베인브릿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각과 전망(View and Outlook)을 들어보았다.
그는 “아시아에서 중간 정도(mid-sized)의 규모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성장에 대한 야망과 계획들을 매우 확신에 가득차서 실시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관찰됐다”며 “특히 이 지역에서 중소기업들은 향후 무역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통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매우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글로브스캔이라는 기관에 독립적으로 의뢰해 얻은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연 매출 3000만~1억 달러 사이에 있는 300명의 아시아 지역 중소기업 CEO, CFO들 중 90%는 향후 5년간 매출액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이 예상한 연간 매출액 증가 수치를 평균해 보면 39%에 이르렀다고 한다. 글로벌 양적완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느때보다 유리해 진 상황인데, 아시아 지역은 중산층 성장이 강해 이 같은 긍정적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이런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열풍이 글로벌 경제를 침체에서 건져내는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먼저 중소기업 해외진출 과정에서 창출될 고용이 성장의 원천이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중소기업 CEO, CFO들의 약 75%는 향후 5년 내 해외진출과 함께 신규고용을 지금의 3분의 1 이상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베인브릿지 대표는 “중소기업들은 아시아 역내의 성장과 고용창출의 핵심이며 국제무역을 활성화시키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비록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이런 연구결과들은 전체적 (아시아 금융시장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흐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런 신규사업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의 명성이 배당금 문제 등으로 인해 좋지 않지만 베인브릿지 대표는 “우리는 장기적으로 (한국시장을) 보고 있다”며 “특히 커머셜기업고객부의 업무는 관계가 기반이 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관련 업무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스탠다드차타드의 상업고객 서비스를 이용한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이득을 볼 수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소개했다.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섬유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시장 시장점유율이 약 19%인 A사는 생산량이 늘어나자 운전자금이 필요해서 베트남 소재 은행을 먼저 찾았다. 그러나 베트남에는 현지 공장의 신용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금을 추가로 차입하기엔 어려움이 따랐다. 스탠다드차타드 베트남지사에서는 이를 파악하고 한국지사와 베트남 공장 자금지원의 어려움을 협의했다. 양국에 모두 지사가 있었기 때문에 스탠다드차타드 입장에서는 A사의 한국-베트남 법인 전체적 신용도를 파악하기 쉬었던 것이다.
중국의 현지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B사는 중국현지에서 무역금융을 지원받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중국 현지은행은 복잡한 업무방식에다 외국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는 관행이 있었다. 스탠다드차타드 중국지사는 한국지사와 협업해 업무방식을 표준화시키고 본사 신용도를 고려한 금리를 적용해 무역금융을 성공
그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파트너’를 꼽았다. 현지의 법률체계와 세금제도를 이해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채워줄 수 있는 경험많은 파트너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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