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던 서울시내 준공업지역 허름한 공장과 창고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준공업지역이란 환경오염이 적은 공장을 수용하는 곳이다. 전용공업지역이나 일반공업지역과 달리 주거·상업·업무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서울시내 준공업지역은 총 2774만㎡에 달한다. 영등포·구로·금천·성동구 등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준공업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성동구 성수동과 영등포구 문래동이다. 산업구조 변화로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방치되는 등 개발이 더뎠던 탓에 현재는 별 볼일 없지만 폐공장·창고가 젊은 예술가, 창업가, 사회활동가들의 손에 의해 개성 있는 카페, 공방, 스튜디오, 전시회장 등으로 변신하고 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표정이 달라지고 있는 동네들이다. 지난 4월 배우 권상우 씨가 성수동1가 인근에 대지면적 946㎡의 공장을 80억원에 매입해 화제가 됐다. 철공소 밀집 지역인 문래동은 공장에 현재 300여 개의 작업실·공방이 생기면서 예술촌이 형성됐다. 관광객이 늘자 커피숍이나 식당을 차리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장·창고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낙후된 만큼 향후 개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장지대는 현재 저평가돼 있지만 개발하기에 따라 기존 상권과 차별화가 가능하다"며 "준공업지역에 상업·업무 시설을 신축할 경우 용적률이 400%까지 적용되는 것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구청이 올해부터 추진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예컨대 영등포는 예술촌이 형성된 문래동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사업을 키우고, 성동구 성수동1·2가는 수제화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버려진 공장지대가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한 사례가 많다. 미국 뉴욕의 첼시마켓, 이탈리아 밀라노의 조나 토르토나,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구 등이 대표적이다.
소규모 공장 터에 임대주택을 짓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준공업지역에는 오피스텔과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다. 용적률은 250~300%까지 적용된다. 실제 영등포구 양평동 등 지하철과 가까운 공장 터에서는 임대주택을 지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본부장은 "준공업지역 인근에 최근 벤처·창업 기업이 늘고 있고 폐공장은 지하철역과도 가까워 직장인 임대 수요층이 탄탄할 것"이라며 "5년 뒤 임차인에게 분양 전환을 하거나 리츠나 펀드로 묶어서 통매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는 길게 봐야 한다. 공장·창고를 손을 대지 않고 세를 줄 경우 임대수익률은 3% 중반대에 그치고 1층에 상가, 2층 이상은 사무실로 신축하거나 리모델링을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