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7500억원. 올 상반기 서울의 500억 미만 중소형 빌딩 거래금액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6500억원보다 66.7%나 급증했다. 연 1%대의 초금리 시대를 맞아 중소형 빌딩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실 재테크의 마지막 종착지는 빌딩이다. 한평생 모은 돈을 밑천 삼아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빌딩 부자가 된 자수성가형 부자는 누구나 꾸는 꿈이다. 하지만 투자에 어설픈 감(感)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다. 입지 분석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상권의 흐름과 유동인구, 임차인 구성, 리모델링, 매각에 이르기까지 따져봐야할 게 많다.
서울 시내 수만 건의 중소형 빌딩 데이터를 기반으로 10년 이상 빌딩 투자 컨설팅을 맡아 온 빌딩전문 중개업체인 리얼티코리아 유진석 대표, 이진석 본부장, 백선혁·원종성 이사로부터 요즘 가장 핫한 중소형 빌딩 시장 트렌드와 투자 성공 노하우를 들어봤다.
-상반기 빌딩 투자가 뜨거웠다. 하반기 중소형 빌딩 시장 전망은
▶원종성 이사=1분기에도 활황이었지만 1분기에 물건을 봤던 투자자들이 2분기에 대거 매입에 나섰다.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거래됐고, 손바뀜도 굉장히 많이 이뤄졌다. 강남권역의 30억~50억 사이 건물들은 거의 매각됐다. 초저금리의 영향이 크다. 대체 투자처가 없는 현실에서 중소형 빌딩 시장으로 돈이 급격히 몰렸다.
▶백선혁이사=금리는 아마 올라갈 것이다. 그럼에도 하반기 시장은 추석 지나고 10월부터 매매가 활성화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5월부터 가격 오른다며 다소 관망하기 시작했는데 추석 지나면 좀 빠지지 않겠냐며 기다리고 있지만 가격은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결국 움직인다. 빌딩 시장 특성이 그렇다. 가격이 뛰었네, 내려오겠지 기대하지만 실상은 잘 안내린다.
▶이진석 본부장=금리는 급격하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0.25%포인트씩 내렸는데 0.5%포인트 이상 오르기 어렵다. 국내 경기 침체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있지만 그럼에도 중소형 빌딩 수익률은 보합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석 대표=빌딩 시장은 현재 고점 직전이라고 본다. 고점을 향해서 가는 단계이다. 지금 사는 게 맞는지 파는 게 맞는지를 묻는다면 지금은 사는 게 맞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고 가계 대출도 많아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기 힘들다. 서울 중소형 빌딩 평균 수익률은 4%대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부동산을 매각한들 대체 투자 상품이 없다. 중소형 빌딩 공급은 별로 없는데 수요는 계속 늘어나니 하반기 이후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거래 가능한 매물이 별로 없어서 거래 자체는 활발하지 않을 것이다.
-저평가돼 오를 만한 지역이 있다면
▶원종성 이사=지난 3~5년간 거래되지 않았던 건물까지 팔렸다. 지역별로 논현동, 신사동 이면지역의 도로 폭 4~6m에 있어 과거엔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던 30억대 건물들이 싹 거래됐다. 더이상 찾아도 매물이 없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매매 계약을 했다. 이면도로에 끼어있더라도 업무시설이 들어간 건물이 팔렸다. 원룸은 수요가 몰리지 않았는데 건물주가 주기적으로 리모델링을 해줘야해서 인기가 덜했다. 반면 신축한 풀옵션 원룸 투룸은 조금 거래됐다.
▶백선혁 이사=메인상권의 30억대 소형 건물은 대부분 거래됐다. 상수역 인근 등 홍대 상권의 물건도 거의 팔렸다. 가격도 올랐고 3.3㎡당 5000만~5500만원하던 것이 이제는 건물 가격만 빼고도 6000만원이 넘어간다. 개인 뿐 아니라 법인도 많이 움직였다. 큰 법인은 전용면적 330㎡ 크기의 빌딩을 사서 일부는 직접 사옥으로 쓰고 나머지는 임대를 주는 식으로 접근했다.
▶이진석 본부장=송파구 9호선 3단계 연장 노선 인근 건물도 제법 팔렸다. 황금노선이라 불리는 9호선이 개통되면 송파가 큰 수혜를 볼 것이다.
▶유진석 대표=저평가 된 곳은 거의 없는데 지하철 9호선 개통 예정인 송파가 그나마 저평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삼거리~삼전사거리~배명 사거리~석촌역 대로변 일대에 9호선 라인이 지나는데 대로변에 3.3㎡당 4000만원 후반대 건물들이 있다. 강남 차병원 사거리는 3.3㎡당 1억3000만원. 송파권은 4000만원 후반대, 홍대 이면도로는 5000만~6000만원 정도 시세가 형성돼 있다. 송파에 지하철9호선 개통되면 이 지역의 빌딩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를 것 같다.
-투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까
▶이진석 본부장=이번에 빌딩에 투자한 사람들의 연령대는 55~62세가 가장 많았다. 상당수가 공동명의로 취득했다. 기존 주택을 팔아서 빌딩에 투자하는 식으로 노후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의 40~50평대 아파트를 팔아서 집 평수를 조금 줄이고 금융권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40억대 빌딩을 살 수 있다.
▶원종성 이사=10억원 미만의 돈으로 30억대 빌딩에 투자하려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투자는 찬성하지 않는다. 레버리지는 40% 내외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간혹 투자금의 80%를 대출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의사, 변호사 등 확실한 소득 기반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백선혁 이사=저희 고객은 대체로 레버리지는 40% 이상 일으킨다.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도 있지만 절세 효과가 있어 레버리지를 권한다. 법인이 사옥용으로 빌딩에 투자할 경우엔 레버리지는 30% 정도를 추천하고 있다.
-빌딩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유진석 대표=투자에 실패하는 첫번 째 이유는 입지를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남은 빌딩 공급이 제한적이지만 수요는 많고 환금성도 좋다. 반면 강북이나 경기권은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적다. 강북은 같은 돈으로 강남보다 큰 건물을 살 수 있는데 공실이 나기 쉽고 가격은 잘 오르지 않는다. 강남은 좀 낡았다 싶으면 부수고 새로 리뉴얼되지만 강북 등은 오랫동안 방치돼 슬럼화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두번 째 이유는 시세 분석 없이 빌딩을 사면 실패하기 쉽다. 빌딩은 2007년부터 실거래가가 공개되고 건물에 들어간 임차인과 임대료 분석이 가능하다. 임대료에도 시세가 있다. 예컨대 도산대로변은 3.3㎡당 임대료가 7만원 선이고 이면도로는 6만5000원 정도다. 그런데 어떤 건물은 해당 지역 임대료 시세보다 더 높은 임대료가 책정된 경우가 있다. 이러면 예상 수익률은 높게 나오지만 실제로는 주변 시세 이상의 월세를 낼 만한 임차인을 찾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빌딩을 사면 공실률 걱정이 크다. 임차인을 못 구하면 큰 일 아닌가.
▶백선혁 이사=새로운 임차인을 유치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기존 임차인을 오랫동안 붙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임차인들은 기본적으로 이사하는 것을 귀찮아한다. 사세가 커져 사무실이 좁아진 탓에 어쩔 수 없이 이사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 따라서 임차인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빗물이 샌다든지 불만 사항이 있으면 건물주가 신속하게 처리해줘야 한다. 사소한 부분을 잘 케어해주는 것이 임대차 관리의 기본이다.지금 들어와 있는 임차인이 안 나가면 공실이 날 염려가 없는 것 아닌가.
▶유진석 대표=사실 강남 이면 도로에 있는 중소형 빌딩 공실률은 생각보다 그렇게 높지 않다. 다만 임차인이 예전처럼 임대료가 싸서 건물에 들어가는 시대는 끝났다. 보증금과 월세를 더 주더라도 쾌적한 건물
[이근우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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