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매일경제신문이 페이인포 시행 후 일주일간(7월 1~7일) 은행별 자동이체 해지 건수를 비교한 결과 국민은행(3920건), 우리은행(2696건), 신한은행(2539건), 농협은행(1727건), 기업은행(1548건), 하나·외환은행(합산 1533건) 순으로 해지 건수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시중은행에서 일주일 새 1만4000여 건의 자동이체 내역이 해지된 셈이다. 자동이체 해지 건수 중 일부는 다른 은행 계좌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공과금·급여 이체 등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이전되는 시스템이다. 금융결제원은 오는 10월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이달 1일부터 시범단계로 페이인포 서비스를 시작했다. 페이인포는 인터넷을 통해 각종 공과금이나 통신료, 보험료 등 출금이체 내역을 한꺼번에 조회하고 이체 요청을 해지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는 조회 및 해지만 가능하지만 10월부터는 한 계좌의 자동이체 내역을 통째로 다른 계좌로 이동시킬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기업은행 등은 충성 고객군이 확보돼 있어 다른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이탈 고객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계좌이동제로 오랜 기간 변동이 없었던 은행권 순위가 역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초반에 휴대폰 교체 등으로 자동이체 내역을 바꿀 필요가 있는 실수요 고객이 많이 몰렸다"며 "계좌이동제로 인한 주거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각종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10월부터 페이인포 홈페이지에서 자동이체를 한 번에 갈아탈 수 있게 되면 고객들이 은행의 서비스 품질에 따라 대거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추산액으로 2015년 5월 말 현재 수시입출금 예금액은 약 226조원이다.
시중은행들은 수시입출금 예금액 향방에 따라 은행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사활을 건다는 전략이다. 계좌이동제가 중위권 은행이나 2금융권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계좌이동제 도입과 영국 은행의 엇갈린 명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계좌이동제로 인해 대형 은행인 바클레이스, 로이즈, 낫웨스트 등은 고객이 대거 이탈한 반면 중소형 은행은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영국에서는 대형 은행의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고객이 대거 중소형 은행으로 이동했다"며 "한국에서도 고객 불만도가 높은 대형 은행에서 고객 이탈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