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고시촌 대로변 학원 건물.[사진 = 김인오 기자] |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동 107-100 일대 베리타스서울 오피스텔 7개실이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경매처분 된다. 고시촌이 번성하던 지난 2002년께 입주한 건물로 고시촌 중심의 한 축을 이루는 신성초등학교 인근에 자리해 있다. 방마다 17.79㎡로 면적은 같지만 층수에 따라 각 물건의 최저 입찰가이자 감정가는 1억~1억 1000만원 선이다. 모두 한 번씩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8000만~8800만원으로 낮춰졌다.
신림동 105-111 일대에서도 원룸 임대로 사용되던 다가구 주택이 오는 21일 서울중앙지법 경매3계에 나온다. 역시 신성초등학교 근처에 자리한 건물 면적263.42㎡(토지 면적 145㎡)규모의 건물로 2003년에 입주했다. 감정가는 8억 4890만 6920원이지만 두 차례 유찰되는 바람에 이번에는 최저 입찰가가 6억 7912만 6000원으로 가격이 깎였다.
최근 들어 고시촌을 주름잡던 한 대형 학원은 규모를 줄였다. 강의실이 꽉꽉 차서 장사가 잘 되는 바람에 본관에 더해 지난 2007년에는 신축 건물 전층에 세 들며 위세를 자랑했지만 올 들어선 다시 본관만 사용한다. 학원이 세 들었던 건물엔 다시 세입자를 수소문하는 현수막이 수 달째 내걸려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임대료가 보증금 10억원에 월세도 450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학원이 작년부터 월세를 제대로 내지 못해 결국 물러간 것 같다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이 건물은 1층(300여 ㎡) 중 전용 150㎡남짓한 공간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는 600만원 선이다.
공실률 구름이 끼면서 임대업자들은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서림동 인근 원룸 주인 김복순씨(54·가명)는 “학원이 7·9급 공무원, 경찰공무원시험 준비반을 만들었지만 전통적으로 노량진이 우세라 요즘 고시촌에선 고시생만 바라 보고는 먹고 살 수가 없게됐다”며 “2차 시험이 끝난 여름방학 시즌에도 떨어질 것을 대비하거나 미리 시험 준비하려는 학생들이 많아 10~15번까지 대기 번호를 줄 정도였는데 솔직히 말해 지금은 방이 30%정도 비어 건물을 팔아버릴까 싶다”고 했다. 전용면적 14~16㎡형 원룸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50만원 선으로 도심에 비해 가격은 낮은 편이다. 싼 가격을 보고 찾아오던 회사원이나 일반 학생들도 요즘은 고시촌보다는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 인근을 주로 찾는다는 게 임대업자들의 말이다. 경매대리업체 관계자 역시 “고시촌 입성을 원하는 임대업자들이 분양가를 따지지 않고 사들였다가 지금 와서 재미를 못 보게 되자 물건을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아 경매로 넘어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는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안정적인 공직 생활에 대한 열망 속에 고시생들이 늘어나면서 고시촌이 활황을 보이던 시기였다. ‘한림법학원·한국법학교육원·베리타스법학원’이 삼국시대 속에 지난 2006년 즈음에는 한국법학교육원의 모회사 격인 디지털교육컨텐츠 전문업체 솔트웍스가 베리타스의 영업권 전부를 인수했다가 다시 결별하는 등 학원 간 경쟁과 이합집산도 활발했다. 응시자만으로 따져도 사법고시·행정고시생을 합쳐 4만여 명이 넘어가면서 200~400석 규모의 독서실에 학생들이 가득 찾고 이들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2년 이상을 머무르던 고시원·원룸·오피스텔은 석 달새 새 건물이 서너채 들어설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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