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배분은 흔히 따분한 투자방법으로 여겨진다. 포트폴리오에 다양한 자산을 고르게 담기 때문에 특정 자산의 수익률이 높더라도 전체 수익률이 눈에 띄게 오르기는 어려운 탓이다. 매년 4~5%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자산배분펀드를 앞에 두고 국내 투자자들은 투자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산배분포트폴리오에 수백조원의 자금이 들어왔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운용규모가 좀처럼 늘지 못하는 이유다.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은 7년만에 다시 해외투자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투자자금이 몰린 중국과 유럽이 출렁이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리스크를 바탕으로 자산을 분산해 지키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매일경제 펀드팀은 금융투자업계 자산배분 전문가 4인방을 불러 하반기 자산배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에셋얼로케이션팀장,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자산전략팀장, 이승우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크로스에셋전략파트장, 이헌복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부문 자산배분본부 상무가 함께 했다.
이들이 말하는 자산배분전략은 곧 ‘지키는 투자’다. 김 팀장은 “자산배분의 목적은 리스크 분산에 있다”며 “원하는 수익을 달성해줄 가장 낮은 리스크 포트폴리오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헌복 상무는 “주식·채권을 막론하고 자산의 상승여력이 줄어들었다”며 “투자에 앞서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높이는 형태로 해외투자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승우 파트장은 “현 시점에서 투자매력이 높은 자산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지난 7년간 세계적으로 주식·채권 등 대부분 자산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이제는 차별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략에 앞서 우선 중국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중국펀드(중국본토 및 홍콩 포함)의 설정액은 7조7000억원으로 해외투자펀드 전체 설정액(19조원)의 40%를 넘어서고 있다.
김 팀장은 “해외투자를 하는 국내 투자자 대다수는 중국 펀드만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시장의 전망과 관계없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중국 비중부터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파트장은 “중국 증시가 폭락한 최근 상황만을 고려해도 중국 일변도의 투자는 위험하다”며 “위안화 국제화와 자본시장육성을 천명한 중국 정부가 증시 폭락에 내놓은 정책을 보면 아직 미숙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비중을 확대할만한 자산으로는 채권보다는 주식을 꼽는 의견이 많았다. 세계적인 통화 완화국면이 막을 내리고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주식에 무게가 실린다는 해석이다.
윤 팀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시점보다는 속도의 문제”라며 “금리인상 직후 채권과 관련 자산의 흐름이 나빠질 수는 있지만 채권 자체의 매력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일본 비중을 늘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 팀장은 “일본의 거시적인 정책 효과를 떼놓고 보더라도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지나
김 팀장은 “일본의 통화정책은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며 “향후에도 원자재 시장의 향배에 따라 증시의 움직임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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