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2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절반 이상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다음달부터는 손실구간에 진입한 ELS의 만기상환이 도래해 원금손실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엔저를 바탕으로 한 일본 자동차의 적극적인 판매공세에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침체까지 우려까지 커지면서 현대차 주가가 단기 회복은 힘들어보여 현대차 ELS 투자자들의 손실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매일경제가 한국예탁결제원과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8월부터 2014년12월까지 발행된 현대차 ELS 미상환 잔액 1601억원 가운데 지난 10일 종가 기 준 58%에 달하는 929억원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발행건수 기준으로는 212건 가운데 71%인 150건이 원금손실 기준에 접어들었다. 예상 손실액은 발행금액의 절반인 400억~45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ELS는 보통 기초자산의 발행시점 가격 대비 50~60%를 원금손실 기준인 ‘녹인(Knock-In)’으로 한다. 녹인 가격 밑으로 주가가 내려가면 원금손실 발생 대상이 되는 것이다. 녹인이 발생한 ELS는 보통 발행 후 3년 만기 시점에서 발행가격 대비 85% 이상으로 주가가 회복되면 원금손실을 면하고 수익상환이 가능하다. 다만 그렇지 않으면 발행시점 대비 주가 하락폭 만큼 원금손실이 확정된다.
녹인이 발생한 현대차 ELS의 만기가 오는 8월부터 돌아오기 시작해 실제 원금손실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삼성증권이 2012년 8월8일 발행한 ‘ELS 7351호’, 8월16일 발행한 ‘ELS 7361호’, 9월24일 발행한 ‘ELS 7480호’ 등이 줄줄이 원금손실을 앞두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의 ‘아임유 ELS 3339호’, 신영증권 ‘플랜업 ELS 3192호’도 만기를 맞는다.
해당 ELS들이 발행될 당시 현대차 기준가격은 평균 24만원 안팎이었다. 녹인이 발생한 ELS 가 만기 수익상환되기 위해서는 현대차 주가가 20만원 수준까지는 올라야 하는데, 현대차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금손실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5개 ELS의 합계 발행액은 17억원, 예상손실액은 8억원 수준이다.
현대차 ELS 원금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내년 7월 이후다. 2012년 발행된 ELS는 상당수가 발행 이후 1~2년 안에 조기상환이 이뤄졌는데, 2013년 하반기 현대차 주가가 25만원 이상으로 높은 구간에서 발행된 ELS들은 조기상환이 되지 않은채 3년이 지난 내년 하반기 대거 만기를 맞기 때문이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현대차 ELS 규모는 발행액 550억원, 예상손실액은 250억원에 달한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주가 전망이 향후 1년 동안 그다지 밝지 않아 ELS 투자자들은 원금손실 공포가 크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4일 발간한 현대차 보고서에서 “2015년에 이은 이익 회복 지연으로 투자 매력이 단기적으로 높지 않다”면서 현대차에 대한 향후 12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21만원에서 17만원으로 19%나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기아차나 현대모비스 등 그룹주 ELS도 손실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0일 기아차 주가가 4만800원까지 내려가면서 기아차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6건, 발행금액 기준 12억원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현대모비스도 주가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삼성중공업, 삼성SDI 등 현재 주가가 ELS 발행가격의 60~70% 수준 비중이 높은 종목의 경우 주가가 직전 저점을 하회할 경우 녹인 이벤트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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