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3년차 결혼을 앞둔 이성은(가명·32) 씨는 녹록지 않은 형편 때문에 결혼자금 마련이 버겁다. 얼마 전부터 월급의 상당 부분을 떼 적금에 넣고 있지만 낮은 금리에 한숨만 나온다. 좀처럼 돈이 불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씨는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크게 마음먹고 2000만원을 빚내 시작한 주식투자는 예상외로 쏠쏠한 수익을 가져다줬다. 주식 투자 한 달 만에 이씨는 3000만원의 수익을 손에 쥐었다.
#사회초년생 박진아(가명·26) 씨는 저금리에 주변 권유로 주식을 시작했다가 낭패를 경험했다. 월급은 물론 빚까지 내 대박을 쫓았으나 남은 건 빚뿐. 박씨는 “큰 손해를 봤지만 타이밍을 놓친 것 뿐”이라며 여전히 인생역전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2030세대들이 대박의 꿈을 안고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기대대로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때론 빚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을 내 주식 거래하는 신용거래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융자 잔고는 21일 현재 7조9130억원으로 불과 한 달 사이 5315억원(7.1%) 늘었다. 빚 내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주식거래활동계좌는 올 들어 104만1939개가 늘어 2100만개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거래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 동안 한 번 이상 거래가 이뤄진 증권계좌를 말한다.
빚까지 내 주식투자를 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저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기준금리 1%대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행에 돈을 맡겨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졌고 은행 예·적금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목돈 모으기는 적금, 목돈 굴리기는 예금’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
주식투자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는 주식고수가 전하는 비법을 듣기 위해 삼삼오오 모이고 있다. 한 포털의 유명 주식카페에는 5월말 현재 65만5277명이던 회원 수가 2달여 만에 66만449명으로 증가해 5172명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작정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가 깡통을 차는 경우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주식에 빠져 2년 동안 모은 적금을 깼다는 김석진(가명·30) 씨는 “과거 주식투자로 제법 돈을 번 기억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며 “원금 생각을 쉽사리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듣고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주식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다면 직접투자 보다는 적립식 펀드 등을 활용해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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