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16년 만에 주가 5만원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해 부지 매각에 성공하며 중장기적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순항을 알린 데 이어 최근 전기요금 인하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등 주가가 재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에는 16년 만에 종가 기준으로 5만원을 돌파하며 핑크빛 전망에 힘을 실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은 전일 대비 1100원(2.26%) 오른 4만97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1일 5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친 뒤 소폭 조정에 들어갔던 주가는 이틀 만에 다시 5만원 선 턱밑까지 올랐다. 한전이 5만원을 넘겨 마감한 것은 지난 1999년 7월 9일 5만300원이 마지막이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는 5만500원(1999년 6월 28일)이다. 상승세가 계속 된다면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울 수도 있다.
최근 한전의 주가 상승세에는 수급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주효한 역할을 했다. 5만400원까지 치솟은 21일에도 국내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27만여주를 내다 팔았지만 외국인들이 21만9000여주를 매집, 주가를 부양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6거래일 중 3일을 제외하곤 전부 한전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주가가 견조하게 상승하면서 시총 순위도 2위로 올라섰다. 코스피가 조정을 받는 사이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총 상위 종목은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한전은 소폭이라도 상승한 덕분이다. 한전은 지난달 이후 7.68% 올랐지만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23.68%, 현대차는 12.66% 내렸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당장 2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배당성향도 높고 저유가 등 외부 환경도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하며 전기요금 추가 인하 우려가 완화된 것도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이미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인하가 결정되면서 올해 더이상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며 “역사적으로 1990년대 이후 1년에 두 번이나 전기요금을 인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 주가에는 정부의 연내 추가 요금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돼 있지만, 관련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는 판단이다.
하반기부터는 원자력 발전소 2기와 석탄화력 발전소 2기가 추가로 가동돼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저유가로 인해 대폭 절감되는 연료비용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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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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