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내걸고 지분 매집에 나섰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식을 팔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엘리엇발 삼성물산 '매물폭탄'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근 삼성물산 주주명부 열람을 위해 발급받았던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했다. 엘리엇은 이 밖에 보유 삼성SDI, 삼성화재에 대한 주주증명서 역시 반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질주주증명서란 주주가 해당 시점에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서류로 주주명부 열람, 주주총회 소집 요구 등 주주의 권리를 회사에 요구할 경우 필요한 증명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 실질주주증명서를 발행기관인 예탁결제원에 반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증권 등 예탁업무규정 제46조에 따르면 실질주주증명서를 발급받은 주주는 해당 증명서의 주주권 행사 기간에 주식 처분이 불가능하다"며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명서만으로 부당하게 권리를 남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함에 따라 엘리엇은 앞으로 실질주주증명서를 발급받기 전까지 삼성물산 측에 주주명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엘리엇 보유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처분 제한이 풀려 언제든 주식을 매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일주일째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는 엘리엇 측의 실질주주증명서 반납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엘리엇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주증명서를 갖고 있는 것이 실익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반납 시 매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안 통과로 당분간 주주제안 형식의 경영권 공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약 1112만주(7.12%)의 매수 평균 단가는 6만373원 선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이 지난달 3일 약 339만주(2.17%)를 사들인 취득단가는 6만3560원이다.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약 773만주(4.95%)의 단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엘리엇이 삼성물산 측에 지난 2월부터 합병 관련 문의 서신을 꾸준히 보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시점부터 주식 매집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종가 기준 삼성물산 주가 평균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 2일까지 5만8974원으로 엘리엇의 기존 지분 취득단가는 이와 근접한 수준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감안할 때 이날 삼성물산 종가 5만7900원 기준 엘리엇은 275억원가량 손실을 봐 수익률 -4.10%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엘리엇이 손절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반대매수청구권 행사가 5만7234원 이하로 내다 팔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삼성물산 주가가 이보다 낮을 경우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선물을 미리 팔아 삼성물산 투자 관련 이익을 확정 지었을 경우 셈법은 복잡해진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취득을 공시한 다음날인 지난달 5일부터 합병 주주총회 하루 전날인 지난 16일까지 종가 기준 삼성물산 평균 주가는 6만7060원으로 해당 주가 기준 엘리엇은 7
이 경우 엘리엇은 보유 삼성물산 주식을 한꺼번에 내다팔아 주가 폭락을 유도한 뒤 미리 팔아둔 삼성물산 주식선물을 싸게 되사 추가 이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더M(RaytheM.kr) 보도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