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노트4 이용자 A씨는 얼마전 스마트폰 액정이 깨져 수리를 맡겼다. 수리비로 22만3000원이 나왔지만 SK텔레콤의 스마트폰 도난 분실 및 파손 보험에 가입한 덕에 자기부담금 25%(5만5750원)만 내고 나머지 16만7250원을 아낄 수 있었다. A씨가 매월 낸 보험료는 4600원이었다.
애플 아이폰6를 쓰는 B씨도 똑같은 보험에 들고 있었다. 액정에 금이 가 서비스센터를 찾았더니 중고폰(리퍼폰) 교체비용 명목으로 37만9000원을 요구했다. 리퍼폰은 새 부품과 중고 부품을 조합해 만든 완제품 스마트폰을 말한다. 애플은 회사 정책상 스마트폰을 수리하는 대신 리퍼폰을 내주고 있어 수리비가 더 나가는 구조다. B씨는 자기부담금 25%(9만4750원)를 내고 나머지 28만4250원을 절감했다. 동일한 보험료를 내고 똑같이 액정이 깨져 수리를 맡겼는데 갤럭시 유저 A씨는 16만원, 아이폰 유저 B씨는 28만원이 넘는 보험혜택을 봤다. 스마트폰 보험이 아이폰 이용자에게 훨씬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추세는 보험사 손해율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SK텔레콤 기준으로 아이폰 손해율은 166.2%, 아이폰을 제외한 나머지 스마트폰 손해율은 57.5%로 그 격차가 세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이란 받은 보험료와 지급한 보험금 간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보험료 100을 받아 166.2만큼 보험금이 나가고 있는 반면 비(非) 아이폰 사용자에겐 보험료 100을 받아 57.5만큼만 돌려주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보험사가 아이폰 수리에 드는 적자를 갤럭시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메꾸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치솟는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 스마트폰 보험 전체 손해율은 지난 1월 평균 70%대 초반에서 5월 93%까지 올랐다. 아이폰6 흥행 여파로 보험에 드는 아이폰 사용자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적정 손해율인 70% 초반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결국 SK텔레콤 스마트폰 보험료는 지난달 30일 기준 기존 대비 평균 7%가량 올랐다. 결과적으로 애플 폰 이용자들의 높은 수리비 때문에 애꿎은 갤럭시폰 이용자이 피해를 보게 됐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폰과 비 아이폰간 보험료를 차등적용해야 한다는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리비가 비싼 벤츠 보험료가 현대차보다 비싼 것은 당연한 시장 이치”라며 “아이폰 보험료를 올리고, 갤럭시폰 보험료를 반대로 내려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왜 우리만 차별대우 하느냐”는 아이폰 이용자 반발이 우려돼 누구하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차등 제도 도입이 절실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제조사별로 차별대우
스마트폰 보험은 통신사별로 SK텔레콤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흥국화재와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이 물량을 나눠 들고 있다. KT는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이, LG유플러스는 KB손해보험이 전담하고 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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