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퇴근하던 A씨는 지하철 공사 현장을 지나다가 갑자기 차량 하단 부분이 둔탁한 뭔가에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차량을 잠시 세우고 살펴보니 차량 하단이 공사현장 복공판(지하굴착 현장의 상부에 차량통행 등을 위해 덮는 뚜껑)에 걸려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복공판 이음부가 벌어진 것이 차량 파손의 원인이 된 것. A씨는 공사현장에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장을 관리하는 건설사에 수리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건설사는 공사현장에 안전운행 표지판을 설치한 만큼 배상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운전자 A씨와 건설사 중 책임은 어느 쪽에 있을까?
대법원 판례를 보면 복공판 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건설사의 책임이 크지만, 운전자 A씨에게도 과실이 인정된다.
도로 등 시설물 공사를 시공할 경우 안전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지하철 공사 중 도
로와 복공판 이음부 이탈이 사고 원인이 됐다면 건설사 책임이 더 크다. 하지만 사고 당시 공사 진입로에 안전운행 표지판이 있었음에도 전방주시를 하지 못한 운전자 A씨에게도 40% 정도의 과실이 인정된다. 만약 A씨가 과속했다면 과실이 10~20% 정도 추가된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