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갯속 증시, 업종별 점검 / 제약·바이오 ◆
지난달 한미약품의 부진한 실적 발표에 대한 실망감으로 제약·바이오주가 연쇄 폭락하며 '거품 붕괴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제약·바이오주는 견고한 모양새다. 우려 속에서도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올해 실적 추정치는 연초와 비교해 상향 조정되고 있다.
11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컨센서스를 내놓은 제약·바이오 기업 5곳 가운데 올해 실적 추정치가 연초보다 높아진 곳은 4개사다. 반대로 하향 조정된 곳은 단 1곳에 그쳤다.
한미약품은 연초 추정치가 매출액 8008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이었지만 지난달 말 이후 매출액 9049억원, 영업이익 623억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LG생명과학은 매출액 예상치가 당초보다 5%가량 낮은 4387억원으로 조정됐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7%, 33% 오른 198억원, 73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디톡스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 8% 늘어난 981억원, 638억원으로 예상된다. 녹십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 6% 상향 조정됐다.
제약·바이오주가 올해 세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내로라하는 대형주를 제치고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피·코스닥을 통틀어 올해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은 보인 곳은 한미사이언스(코스피)였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12월 30일 1만5450원에서 지난 10일 종가가 15만1000원으로 무려 877%나 상승했다. 그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았던 곳은 522%를 기록한 슈넬생명과학(코스피)이었고 대화제약(코스닥) 496%, 삼성제약(코스피) 410%, 경남제약(코스닥) 35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상장한 업체를 제외하고 코스피·코스닥 114개 제약·바이오 업체 가운데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은 단 8개에 불과할 정도로 제약·바이오주는 뜨거웠다.
하지만 최근 원화가치 하락으로 외국인들의 자금이 이탈하고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 등으로 인해 제약·바이오주도 조정을 피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지난달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한미약품·유한양행 등 상위 제약업체가 포진된 코스피 의약품지수 수익률은 -11.9%를, 코스닥 제약지수도 -5.3%를 기록했다. 거품 붕괴론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앞으로도 제약·바이오주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지수가 700을 넘도록 상승한 것도 제약·바이오주 영향이 컸다"면서 "일시적인 조정을 받을 수 있겠지만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앞으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상반기 의약품 판매는 4.5%, 의약품 수출은 32.4% 증가했다"면서 "국내 헬스케어 업종의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5개국 시장에서 헬스케어 시가총액 비중은 평균 13%
이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약·바이오처럼 최근 잘나가는 종목들이라고 해도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서 "기업가치에 거품이 끼어 있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다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