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위안화 쇼크’에 국내 증시가 이틀째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이 전날에 이어 12일에도 위안화를 평가절하한다고 밝혀 이날 코스피는 장 중 1940선까지 밀려났고, 코스닥도 장 중 5% 넘게 빠지기도 했다.
특히 상반기 시장을 주도했던 제약·바이오와 화장품, 중국 관련 소비주들은 중국인의 구매력 약화와 소비 위축 우려에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현대차 등 대형 수출주들은 모처럼만에 기지개를 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1.18포인트(0.56%) 내린 1975.47 마감해 닷새째 하락하고 있다. 최근 실적 시즌을 맞아 국내기업의 실적 우려와 미국과 중국 등 대외불확실성에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던 지수는 전날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 절하에 1980선까지 밀려났다. 이어 이날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추가로 평가절하하면서 장 중 한때 195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중국외환교역센터는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 고시환율인 달러당 6.2298위안에 비해 위안화 가치가 1.62% 떨어진 수준이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급등해 장 중 1190원을 넘어섰다. 장 중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1년 10월 6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70원 오른 1190.80원으로 마감했다.
중국의 대외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은 무서운 기세로 순매도 규모를 확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994억원 어치를 팔아치워 6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기관은 2618억원, 개인은 17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2709억원의 매수 우위가 나타났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에 업종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 대형 수출주가 포진한 운송장비 업종은 약세장 속에서도 2.96% 오른 반면 화장품업체가 포함된 화학업종은 3% 넘게 내렸다. 이밖에 상반기 시장을 주도했던 의약품 지수도 4.37% 하락했다.
대부분 업종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통신, 은행, 보험만 소폭 상승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현대차가 원달러 환율 효과에 5.04% 급등해 한국전력을 밀어내고 시총 2위 자리를 탈환했다. 현대모비스, 기아차도 각각 2.42%, 5.36% 상승했다.
반면 대표 화장품주인 아모레퍼시픽은 6.23% 밀려 37만6000원을오 마감, 40만원선이 깨졌다. 아모레퍼시픽이 종가 기준 40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14거래일 만이다.
다른 화장품 업체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중국인의 구매력 약화, 내수 소비 위축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장품제조업체 한국콜마(-6.70%), 한국콜마홀딩스(-11.01%), 한국화장품제조(-5.64%), 한국화장품(-7.87%) 등도 일제히 내렸다.
반면 약세장 속에서도 강원랜드는 2분기 호실적에 5.31% 상승 마감했다. 강원랜드는 장 중 한때 6.76% 오른 4만42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롯데쇼핑 역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이틀째 급등해 이날 7.83% 오른채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15.06포인트(2.06%) 내린 717.20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한때 5% 넘게 빠지면서 지난달 9일 이후 한달여 만에 7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다만 지수는 마감을 앞두고 소폭 낙폭을 회복해 710선 후반까지 올라섰다. 기관은 1009억원 어치를 팔아치웠지만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71억원과 35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화학업종이 4.86% 떨어지며 급락을 주도했다. 코스닥 화학업종에는 중국 관광객 대표 수혜주로 꼽혔던 마스크팩 제조업체 산성앨엔에스, 중국 내수소비주로 분류됐던 유아용품업체 보령메디앙스 등이 포함돼있다. 이날 산성앨엔에스와 보령메디앙스는 각각 10% 이상 급락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에서는 셀트리온, 다음카카오, CJ E&M, 코오롱생명과학, 컴투스, 웹젠을 제외한 전 종목이 떨어졌다.
이밖에 중국 내수소비주로 꼽힌 아가방컴퍼니가 6.36% 하락했다. 장 중 11.34% 하락하던 제로투세븐은 막판 매수세가 유입되며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제로투세븐의 종가는 1만190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와 국내기업의 실적 발표 등의 이슈가 맞물린 가운데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가 국내 증시 하락의 방아쇠를 당겼다”면서 “그동안 고평가됐던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을 위한 투매가 쏟아져 나온 것도 지수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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