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권에서 독창성 등을 인정받아 획득한 ‘배타적사용권 상품’들의 판매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타적사용권이란 협회가 독창적인 금융상품에 부여하는 일종의 특허권으로 혁신적인 상품의 원조 개발사가 3~6개월 간 해당 상품을 독점판매토록 인정해준다.
하지만 사용권이 인정되는 3~6개월 후 타사가 유사상품을 바로 내놔 원조상품들이 밀려나면서 일종의 ‘배타적사용권 무용론’까지 나온다.
13일 매경닷컴이 2010년 이후로 판매된 배타적사용권 획득 상품의 판매현황을 조사한 결과 39개 상품 중 14개(손해보험 6, 생명보험 8)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에서 획기적인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음에도 대부분의 상품들이 기대이하의 실적을 기록하고 사라졌다.
메리츠화재의 ‘헌혈보험’은 가입자를 한 명도 모집하지 못하고 판매 중단됐다. 흥국생명의 여성들이 잘 걸리는 질병을 집중적으로 보장해주는 ‘여우(友)사랑 보험’ 또한 출시 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가입신청을 받지 않기로 하는 등 사정은 다르지 않다.
KB손보도 ‘LIG다시보장 암보험’이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반응이 좋지 않자 상품을 판매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보험사에서 보다 개선된 상품이 나와 기존 상품을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해 온 7개 상품 중 6개를 상품 개선 과정을 거쳐 없앴다.
동부화재는 ‘프로미라이프 스마트 아이사랑보험’이 상품 업데이트 과정에서 상품명이 바뀌며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KB손보는 ‘무배당 LIG ()를 위한 종합보험’의 보장기능을 개선하면서 ‘무배당 KB홈앤비즈케어종합보험’으로 상품기능을 흡수하며 판매를 종료했다.
장기간 판매되고 있어 선방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판매실적은 저조한 상품도 있다.
지난해 2월에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메리츠화재 ‘외국인건강검진안심보험’의 가입자는 현재 1명에 불과하다. 반면 좁은 시장을 공략해 실적 수는 많지 않지만 선점효과로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어 여전히 판매 중인 장수보험도 있다.
MG손보의 ‘천개의 바람(千風)상조보험’은 애초부터 상조보험시장을 공략해 실적 자체는 높지 않지만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어 2011년 9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약 4년 동안 가입신청을 받고 있다.
◆ 다시 뜨는 배타적 사용권 무용론…개선 쉽지 않아
보험사가 상품설계 단계에서 배타적사용권 획득을 위해 독창성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수요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배타적사용권 인정기간 자체가 짧아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는 “사실상 업계에서 배타적사용권은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획득 시 외부에 알릴 수 있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지 이것으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업계관계자들 또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고 해서 상품이 꼭 장수하거나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복잡한 계산과정을 통해 새로운 보험을 설계하고 출시하는데 품이 많이 들지만 이에 비해 사용권 인정기간은 3개월이나 6개월로 짧다”고 토로했다.
배타적사용권을 인정받은 타사의 독창적인 상품의 시장반응을 살펴 본 후 인정 기간이 끝나면 이를 모방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ING생명의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은 현재 가입건수 4900건을 돌파하는 등 실적을 올리며 순항중이지만 사용권 기간이 지난 후 타사가 이를 모방하면 성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실제 삼성화재의 ‘수퍼비즈니스(BOP)’의 경우 지난해 4월 상품 출시 이후 월 1만 건 실적을 올리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타사 유사상품이 많이 나와 월 3000건 정도로 상승세가 확 꺾였다.
이를 반영해 무턱대고 배타적사용권 인정기간을 늘리기는 가입 회원사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협회 또한 머리가 복잡한 상황이다.
손해보험협회는 배타적사용권 기간연장에 대해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생명보험협회 또한 “배타적사용권은 협회의 단독 권한이 아닌 회사 간의 협의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라며 “공식적인 요청이 없기 때문에 아직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못박았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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