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의 열풍으로 시작된 해외투자 열기가 일본으로 옮겨가고 있다. 짧은 기간 급등한 이후 극심한 조정에 시달리는 중국펀드에서는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반면 연초 이후 뒷걸음질치지 않고 꾸준한 수익을 내는 일본 주식형펀드는 사상 최초로 설정액 1조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1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43개 일본펀드의 설정액은 9571억원이다. 일본펀드의 지난해 말 기준 설정액은 250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서만 7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최근 3개월 간 5487억원이 순유입되며 같은 기간 3117억원과 1804억원이 증가한 유럽과 중국본토를 앞질렀다.
펀드별 설정액 증감을 살펴보면 ‘플랭클린재팬’이 연초 이후 2300억원을 끌어모았다. 증권·은행·보험사 등 30여개 판매 채널과 높은 수익률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인덱스 펀드인 ‘KB스타재팬’은 같은 기간 1424억원이 순유입됐으며 ‘피델리티재팬’ ‘미래에셋재팬인덱스’ ‘삼성노무라일본1’등은 100억원 이상이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선을 보이면서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선보인 ’삼성일본중소형Focus‘는 한 달 만에 1000억원이 몰렸으며 중소형주 비중이 80%에 달하는 ’스팍스본재팬‘도 국내 출시 3개월 만에 설정액 2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해외투자자금이 일본펀드로 집중된 것은 일본 증시의 안정적인 수익률 덕분이다.
상반기 한때 연초 대비 50%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주목을 끈 중국본토펀드는 최근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며 조정에 들어간 반면 일본 펀드는 뒷걸음질치지 않고 꾸준히 월 2~3%의 수익을 내면서 이달 해외펀드 수익률 1위(20.45%)로 올라선 것.
중국과 함께 인기를 끈 유럽펀드 역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이슈가 부각되면서 한때 수익률이 마이너스 전환됐고, 채무조정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연초에 비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신흥시장을 막론하고 현재 가장 꾸준한 수익을 내는 지역은 일본이 유일한 셈이다.
일본펀드는 상품 간의 수익률 격차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특징이다. 상품에 따라 수익률이 3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이는 중국본토펀드와는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일본 주식형펀드(레버리지·상장지수펀드 제외) 중 연초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플랭클린재팬(25.3%)’과 가장 낮은 ‘한화일본주식&리츠(9.7%)의 격차는 15%포인트 수준이다. 올들어 출시된 상품을 제외한 41개 일본펀드 중 평균수익률이 10% 미만인 펀드는 1개 뿐이다.
금융위기 수준의 글로벌 위기만 터지지 않는다면 일본펀드는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여전히 확고하고 실제로 일본 경기지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업의 내재가치는 우수하지만 시장에서 저평가된 일본 기업들의 주주 가치 증대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터 올해 1분기까지 ROE 5% 미만 일본 기업의 30% 이상이 투자자 수익 증대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물류업체 야마토홀딩스(Yamato Holdings)는 최근 연간 자사주 매입목표를 전년 대비 3배 늘린 30억엔(약 283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카오·도레이인더스트리·미쓰이 등의 회사도 역사상 최초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알렉스 트레비
[석민수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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