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에서는 4년 전과 주도 업종만 달라졌을 뿐 주가가 자산가치보다 크게 부풀려진 고PBR주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반기 랠리를 주도했던 모바일(Mobile)·바이오(Bio)·화장품(Cosmetics)의 'MBC' 종목이 최근 위태로운 흐름을 보이자 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가령 지난달 29일 역대 최고가 60만6000원까지 올해 들어서만 494.1% 급등했던 한미약품 주가는 이달 17일까지 36.6% 떨어졌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실상은 더하다. 같은 날 고점까지 1168.6%라는 폭발적인 상승률을 보인 뒤 27.3%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모바일 업종인 NAVER 주가는 15.3% 조정받았으며,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 역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이들 주가의 조정 배경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은 빼놓지 않고 거론된다.
지난달 말 기준 이들 종목의 현재(trailing) PBR는 한미사이언스 17.1배, 한미약품 7.7배, 아모레퍼시픽 9.9배, NAVER 6.4배로 각 기업이 자산 가치보다 6~17배 높게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평균 PBR 1.05배와 비교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약품과 NAVER는 2분기 '어닝 쇼크'로 시장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해 주가가 휘청거렸다.
전문가들은 'MBC' 업종이 한 단계 도약하면서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가격 부담 때문에 실적이 조금이라도 저조하거나 대외 변수가 불어닥칠 때 하락폭이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1년의 '4대 천왕'을 비롯해 급등했던 종목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OCI(4.5배) LG화학(4.5배) 기아차(3.1배) 고려아연(3.0배)의 PBR가 코스피 평균인 1.34배의 3~4배 수준으로 올라올 때까지 아무도 이들의 추락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과거 투자자들이 주가수익비율(PER)만 보고 PBR 지표를 간과해 피해를 입었다"면서 "'차화정' 랠리가 멈추면서 성장주에 투자했던 창의투자자문 등의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됐듯이 지금도 포트폴리오에 고PBR주 비중이 높은 펀드나 자문사 선택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고PBR의 비상을 가능케 했던 대외 변수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화가 약세로 가면서 수출 대형주에 유리한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저금리에 돋보였던 고수익 성장주의 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금리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 조정 이후 나타날 장세는 상반기 제약·바이오가 이끌던 중소형주 장세와 판도가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과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기본적으로 소비재 업종 특성상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만큼 아직 거품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설명이다.
이채원 한국투자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