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매일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 의뢰해 서울 아파트 109만9039가구의 현재 시세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의 28.9%에 달하는 31만7649가구가 과거 고점인 2008년 2분기 당시 매매가격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서울 아파트 10채 가운데 3채의 가격이 7년 전에 형성된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거품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 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한국은행이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대출금리가 2% 후반~3% 초반까지 급락한 여파다. 특히 초저금리로 인해 주택 수요가 늘면서 2008년 이후 잠잠했던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전세금이 급등한 것도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아파트값 상승폭이 큰 100개 주요 단지를 분석한 결과, 재건축아파트가 집중된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와 강동구가 72개 단지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서초구는 42개 단지로 압도적이었다.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3차, 경남, 신반포6차 등 최근 정비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반포·잠원동 재건축 아파트가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반포 주공1단지 전용면적 72㎡만 해도 2008년 6월 당시 9억9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던 게 올 들어서만 1억원 이상 뛰어 현재 13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전용 228㎡는 2008년 6월 매매가격이 37억2500만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40억5000만원으로 전고점보다 3억2500만원이나 상승했다.
서대문·마포·동작·관악구 등 최근 젊은 세대들이 몰리는 소형 아파트단지들도 전고점을 훌쩍 뛰어넘는 상승세다. 서대문구 연희동 대우아파트 59㎡는 7년 전 2억8500만원에서 현재 1억원 오른 3억8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7년 전 1억9500만원에 거래됐던 마포구 아현동 서서울삼성아파트 전용 48.92㎡는 2억9000만원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08년 이후 하락 전환하면서 2012년 -4.48%, 2013년 -1.84% 급락하는 등 전형적인 부동산 침체기를 경험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잇단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 1.09% 상승 반전한 데 이어 올해는 7월 기준으로 벌써 2
시장에서는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고점을 돌파하거나 육박해 가격 메리트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부 정책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서 가계부채 안정 쪽에 무게가 쏠려 실수요자가 아니면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