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중국 위안화 절하 시기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가 20일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장을 연출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24.83포인트(1.28%) 하락한 1914.55로 장을 마감했다.종가기준 1920선이 붕괴된 것은 1월 20일(1918.31)이후 7개월만이다. 코스피는 하락이 시작된 지난 17일 이후 3.47%나 빠졌다. 코스닥은 또 2% 이상 급락하며 650선으로 내려앉았다. 전날보다 13.84포인트(2.06%) 내린 656.71로 장을 마감했고 4거래일 동안 10% 이상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이날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일 연속 하락하며 전날보다 0.94% 내린 20033.52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장중 5% 이상 폭락했다가 1.23% 상승 마감한 상하이종합지수도 이날 3.42% 하락한 3664.29으로 마감돼 국내 증시에 불안감을 키웠다.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국제유가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도 계속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도 2900여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11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조 5000여억원어치에 달한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9월 중순까지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매도세에 외국인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다. 올 초 31.54%이던 외국인 비중은 6월 말 들어 30% 아래로 떨어진 후 19일 기준 29.61%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들의 보유 금액도 연초 423조 9105억원에서 413조8425억원으로 무려 10조원이나 감소했다.
대외 불안으로 촉발된 코스피의 조정 국면이 길어지면서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이미 주요 지지선을 하향 돌파한 만큼 바닥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이어지며 코스피가 1850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침체가 지속되는 주식시장에서는 대형주 중 원화약세 수혜주와 경기방어주, 고배당주를 눈여겨보라고 추천한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원화 약세가 커질 수 있는 만큼 IT와 반도체, 자동차 등 대표적인 대형 수출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차는 벌써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폭락장이 시작된 지난 5일간 3.11% 수익률을 올렸고 만도도 8.49% 올랐다. IT 대표주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0.09%, 자동차부품주 현대모비스는 0.24% 각각 하락했지만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경기방어주의 수익률도 좋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경기방어주인 유틸리티, 은행, 보험, 통신업종은 위안화 약세에 의한 영향력에서 자유롭고 현재 배당수익률도 높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간 폭락장 속에 한국전력은 4.23% 올랐고 보험주인 삼성화재는 1.13% 올랐다. 은행주들도 신한지주 2.32%, 기업은행 2.61% 씩 올랐다. 통신주인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0.85% 올랐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도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국내 은행 수익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며 “은행주들은 하반기에 기대되는 종목”이라고 조언했다.
고배당주의 약진도 눈에 띤다. 작년 배당수익률 3.5%를 기록한 SK
은 센터장은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계기로 기업들의 배당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배당주는 지금과 같은 변동성이 높은 시기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살 만한 주식”이라고 추천했다.
[전병득 기자 /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