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왼쪽)과 김인배 하나금융사외이사가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 상덕사를 찾아 퇴계 이황의 위패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
김 회장은 노란색 도포 차림에 갓을 쓴 채 직접 향을 사르고 사외이사들과 함께 절을 올렸다. 순간 한판의 줄다리기 같았던 통합과정, 통합금지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을 때가 눈앞을 가렸다. 드디어 9월 1일 통합하나은행 출범을 앞둔 김 회장에게 이제 숙제는 한 가지만 남았다. 서로 다른 두 조직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탈 없이 잘 합쳐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김 회장이 이 시점에서 임원들과 도산서원을 찾은 것은 대유학자 신분에서도 스스로를 낮추고 남을 위했던 퇴계 선생 정신이 통합 과정에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살아생전에도 유종으로 추앙받던 퇴계 선생은 아들뻘이던 젊은 유학자 고봉 기대승과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유학 논쟁을 벌일 만큼 겸손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통합을 이뤄냈지만 앞으로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겸손과 낮춤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김 회장은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인력들을 잘 조화롭게 지내도록 하는 것"이라며 "도산서원을 방문한 것도 인의예지 정신을 통해 화합 정신을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강한 리더십은 조직원들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하다"며 "새 은행 출범을 앞두고 경영진이 퇴계선생 앞에서 '조화롭게 잘 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한 격이라 무척 뜻깊다"고 했다.
전날인 20일에는 통합은행 이사회 워크숍이 열렸다. 워크숍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함영주 하나은행 부행장 등 사내이사 4명과 통합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하나대투 사외이사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통합은행장이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인수후합병(PMI)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한 사외이사는 "빅뱅크가 아닌 스트롱뱅크가 돼야 한다"며 "자산 규모 1위 은행이 됐지만 내실이 튼튼한 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첨단 은행보다는 혁신하는 은행이 되자"고 다짐했다. 기업여신과 관련된 언급도 있었다. 한 사외이사는 "통합하나외환은행이 대형 은행이 됐으니 '비 올 때 우산 뺏기' 같은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이 같은 회동을 가진 것은 통합의 남은 숙제가 기업 문화를 제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은행·보람은행 등이 합병되면서 자라난 하나은행과 엘리트주의가 상당한 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기업문화 변화관리 '골든타임'은 통합 후 3개월 미만 시점"이라며 "통합 후 임직원의 조직 몰입이 회복되는 데는 적어도 2년 이상이 걸린다"는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외 합병 실패 사례가 주로 거론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를 합병한 것에 대해 "상업은행 문화와 투자은행 문화가 충돌하면서
[안동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