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올해 2분기에 가계의 주거비 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 4~6월 가계의 실제주거비(월세) 지출은 월평균 7만3900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물론 월세가구가 매월 지출하는 주거비는 이보다 훨씬 많다.
전세가구, 자가보유 가구의 주거비가 통계에 '0원'으로 잡혀 이들이 포함된 전국 8700개 표본가구의 평균 주거비를 실제 월세 지출보다 낮추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평균 주거비가 올랐다는 것은 월세로 전환한 가구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원금이 보전되는 전세는 가계의 '지출'이 아니라 '자산'으로 잡힌다.
특히 올해 2분기 주거비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8% 올라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주거비는 지난해 1분기 월 6만2100원에서 2분기 6만600원으로 떨어졌으나 지난해 3분기 6만1100원, 4분기 6만3400원, 올해 1분기 7만1500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05년 2분기에 가계는 주거비로 월 3만9200원을 지출했었다.
지출 규모가 10년 만에 89%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27.6%를 고려해도 증가 폭이 크다.
특히 중산층인 소득 3분위의 월세 전환이 두드러졌다.
소득 3분위의 주거비 지출(도시에 거주하는 2인 이상 가구 기준)은 지난 2분기 8만8300원으로 1년 새 23.7%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주거비 증가율은 18.3%, 상위 20%인 5분위는 18.6%였다. 2분위(소득 하위 20∼40%)와 4분위(소득 상위 20∼40%)는 각각 9.9%, 17.9%였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노후 대비 등으로 가계 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의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가운데 월세 확산은 가계의 지갑을 더욱 굳게 닫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선 월세가 1% 오르면 전체 가계의 소비가 0.02%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월세가 오르면 임대인의 소비는 늘지만, 임차인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득구간별로는 월세 1%가 오르면 저소득층 소비가 0.09% 줄어 타격이 가장 컸다. 연령대별로는 같은 조건에서 39세 이하 가구의 소비가 0.0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성 한국은행 과장은 "월세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가계의 주거비 부담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전체 가구에서 월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18.6%에서 지난해 21.8%로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4%를 기록, 2012년(33.9%)보다 9.5%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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