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의 이탈속도가 심상치 않다. 신흥국 전체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원화 약세가 더해지면서 한국 증시가 외국 자본 ‘자동입출금(ATM)기’ 신세가 되고 있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무려 723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같은 코스피에서의 외국인 현금 인출액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준이 아니다. 미국·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코스피를 강타했던 지난 2011년 9월 14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6873억원이었고, 2013년 4월 5일 개성공단 통행 제한 등 북한 측 위협이 고조되면서 북한 리스크가 강타했을 때 외국인의 하루 순매도 규모가 6808억원이었다. 미국의 조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우려가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이 8009억원을 팔아치운 지난 2013년 6월 21일을 제외하면 근래에 외국인이 7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적이 없었다.
지난 6월 25일 이후부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밑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9월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중국 위안화 절하 등이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위험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셀(Sell) 이머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주 연속으로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가운데 원화값이 장중 한 때 2011년 이후 최저수준인 달러당 1200원 밑으로 내려가면서 ‘셀(Sell) 코리아’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렉시트’가 발생한 지난 6월 이후 이달 24일까지 최근 3개월간 외국인들은 5조4000억원 가량을 던지면서 빠져나간 가운데 그 속도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3년 외국인이 신흥국에서 동시에 빠져나간 이후로 외국인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탈했던 적이 없었다. 그 해 한국 증시에서는 4월부터 6월까지 7조2000억원 가량이 유출된 바 있다.
이 때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외국인 매도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적지 않다. 9월 금리 인상이 실제로 단행되기 전까지는 위험 기피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고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9년 이후 미국의 정책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16주 동안 평균적으로 55억40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면서 “지난 6월부터 11주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49억5000만달러였던 만큼 아직 6억 달러 내외의 추가적인 이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에 기반을 두고 진행되는만큼 불확실성만 해소되면 국내 증시로 다시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예상보다 안좋게 나오고 있고 이 때문에 미국 경제도 영향을 받으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9월에서 12월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외국 자금 엑소더스’를 이끌고 있는 양대 요인인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증시 폭락 중 하나인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경우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증시로 유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현재 코스피가 더 이상 팔기 어려울 정도로 바닥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면서 외국인 매수가 본격화됐던 2009년 4월부터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코스피 누적수익률이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 21일 끝끝내 ‘0%’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섣불리 자본손실과 환차손을 확정짓기보다는 저가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09년 4월부터 외국인이 코스피를
[용환진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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