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기존 고객)는 지키고, 산토끼(경쟁사 고객)는 잡자’
시중은행들이 기존고객을 지키는 동시에 신규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계좌이동제 전용상품을 내놓고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고객들이 쉽게 계좌를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우대금리 제공 등을 내건 다양한 상품을 쏟아내면서 은행 간 경쟁은 한층 달아올랐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계좌이동제는 은행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돼 있던 여러 자동이체 건을 신규 계좌로 자동 연결해주는 제도다. 지금은 자동이체통합관리서비스 사이트를 통해 자동이체내역을 확인하고, 해지만 할 수 있다. 10월부터는 이 사이트를 통해 주거래은행을 옮길 경우 그 계좌에 연결된 자동이체정보까지 동시에 바꿀 수 있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은행으로 옮기기가 훨씬 쉬워진 셈이다.
포문을 먼저 연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입출식통장, 신용대출, 신용카드로 구성된 ‘우리 주거래고객 상품 패키지’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예적금 특징을 결합해 복리효과를 노리는 ‘주거래 예금’도 내놨다. 출시 5개월동안 주거래통장 81만계좌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 업계 1위를 다투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민은행이 신규 고객에게 전자금융 타행이체와 자동화기기 시간외 출금, 타행자동이체 등 3가지의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하는 상품을 내놓자 이미 계좌이동제 대응 상품을 선보였던 신한은행도 이에 질세라 기존 상품에 ‘수수료 무제한 면제’ 조건을 추가했다. 신한카드 결제 실적 1원 이상 혹은 공과금 이체를 1건만 하더라도 전자금융수수료, 신한은행 ATM 수수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 등 3종의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주기로 했다. 종전에는 신한카드 결제 실적이 월 30만원인 경우 수수료를 월 10~30회 면제해주기로 했는데 수수료 면제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계좌이동제 대응 상품인 ‘KB국민ONE통장’의 가입자가 출시한 지 18일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고 26일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타행 고객들을 유치하기 보다는 기존 국민은행 고객들이 다른 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바꾸지 않도록 혜택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 역시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지난 4일 주거래고객에게 우대혜택을 강화한 패키지 예금상품 ‘IBK평생한가족통장’을 선보였다. 주거래 조건이 충족되면 입출식통장의 경우 전자금융 수수료, 자동화기기 출금·이체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면제 및 환전, 송금시 70% 환율 우대 혜택이 제공된다.
이처럼 은행들이 계좌이동제 본격 실시를 앞두고 특화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계좌를 이동할 때 기존 은행 거래실적에 따른 혜택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이동제로 주거래 은행을 옮긴다는 것은 거래 실적을 다른 은행으로 가져간다는 의미”라며 “기존에 거래하던 은행이 제공하던 대출 우대금리 혜택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과당경쟁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른 은행 고객을 빼앗아오기 위해 실적을 높여주거나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부여하는 등의 출혈경쟁 조
[김덕식 기자 / 김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