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증시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주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에서 시작된 소용돌이로 중국 본토증시는 물론 코스피까지 급락하면서 상반기까지 양호했던 국내주식형펀드·중국본토펀드를 마이너스의 수렁으로 빠뜨렸다.
기록적인 저금리에 눈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금리인상, 마냥 좋을 줄만 알았던 중국시장의 배신으로 우리의 금융자산은 격랑 속의 돛단배와 같이 흔들리고 있다.
매일경제 펀드팀은 한길도 내다볼 수 없는 국내외 상황에서 하반기 투자전략을 묻기 위해 국내 대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4인을 한자리에 모았다. 김성봉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장, 김지숙 미래에셋증권 센터원영업부 지점장, 유진경 유안타증권 W프레스티지 강북센터 부장,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부지점장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재테크전략을 풀어놓았다.
PB들은 국내외 시장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먼저 투자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익률만 좇는 투자행태를 버리고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본인의 성향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산배분을 강조하는 김 지점장은 “과거에는 시장에 큰 사건이 생길 경우 안전자산으로 몰려가거나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투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자산배분을 통해 충격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저금리·저성장·저물가의 3저 시대에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글로벌 분산투자로 안정성을 높이는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분산투자를 해법으로 제시한 김 팀장도 “저금리 상황에서 주식투자는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수익률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본인의 목표수익률을 분명히 하고 투자처를 다변화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장은 투자기간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시황으로 큰 수익을 내려고 욕심내기보다는 기대수익률이 클수록 길게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하락장에서 투자한 이후 추가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제 값을 받을 때까지 인내할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며 “공포스러운 시장에서 과감하게 매수할 수 있는 용기도 또다른 덕목”이라고 말했다.
지키는 투자로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 부지점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지키는 투자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세계 금융시장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약세에서 강세로 바뀌는 국면에서는 달러자산의 비중을 높여 위험에 대비하고 나머지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과 리스크관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된 중국 대신 선진시장을 추천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신흥국의 재정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있는 선진시장의 비중을 높이라는 지적이다.
김 지점장은 “당분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투자는 단일상품보다는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으로 여겨야 한다”며 “중국시장이 급락했다고 ‘베팅’하기보다는 선진국 위주의 해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장기 분할매수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유 부장은 “해외투자는 유럽과 일본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전체적으로 글로벌리스크가 늘어나는 국면에서 현금성자산을 30% 이상 늘리는 것도 생각해볼만하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 국면에 대비해 지금은 환헤지 대신 환노출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 팀장은 “금리인상 시기가 확실치는 않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선진시장의 비중을 늘리되 환은 헤지하지 않고 노출해 투자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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