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8월 27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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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피아(NFIA)의 출현인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자금운용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영향력 역시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세력을 형성해 경제계를 장악했던 모피아(MOFIA)의 경우처럼 엔피아(NFIA=국민연금(NPS)+마피아(MAFIA))시대가 도래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새 자산운용사의 새 대표로 이름을 올린 국민연금 출신 인사는 3명이다. 지난 11일 BNK금융지주는 BNK자산운용(구 GS자산운용) 대표로 국민연금 채권운용실장 출신의 손석근 전 트러스톤자산운용 전무를 선임했다. 지난 3월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 출신의 한동주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는 NH-CA자산운용 대표로,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 출신의 장재하씨는 지난해 9월 코스모자산운용(현 스팍스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연금의 자산규모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국민연금 출신이라는 배경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그에 따른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5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자산규모는 2043년경에 2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보다 세력화를 통한 도를 넘는 내 식구 챙기기이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임원은 “국민연금 출신의 팀장을 모 연기금 CIO직에 앉히려고 국민연금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결국 해당 연기금의 내부 반발 등으로 성사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측은 "같은 연기금 입장에서 타 연기금의 CIO 선정 과정에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연금에서 업무상 문제가 있어 퇴사한 인사들이 민간 금융투자업계에서 별 탈 없이 정착해있다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2011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당시 하영호 주식운용실장과 장재하 리스크관리실장은 증권사 선정시 불투명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고 퇴사했다.
자산운용사 출신의 한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나 보험사가 연기금 등에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해본 경험을 가진 인물을 뽑는 것은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진 인사를 채용한다는 측면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일반 회사라면 동종업계에서 문제가 된 인사를 바로 채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국민연금의 배경을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업계의 절대적 갑을관계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사 독립과 보수 등이 현실화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인력은 총 219명으로 1인당 평균 운용액이 2조원을 넘는다. 이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인력(1157명)과 평균 운용액(2700억원) 등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하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