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식 거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제일모직 주가는 32.8% 상승했다. 통합법인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데다가 유통물량 감소에 따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최근 3개월간 제일모직 주가는 삼성물산 주가에 연동돼 움직였다. 합병 비율이 1대0.35로 정해진 탓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지난 26일 주식거래가 정지되면서 한동안 기관·외국인의 매도가 불가능해졌다. 제일모직 주가를 끌어내리던 중요한 요인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 이후 제일모직 주식의 유통물량은 12.6%로 감소했다. 주요 투자자를 제외한 현재 외국인, 국내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각각 2.8%, 7.9%에 불과해 매물로 나올 물량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오는 15일까지는 펀더멘털 및 지배구조 개편 이벤트보다 수급 요인이 제일모직 주가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거래 정지된 (옛)삼성물산 주식은 통합 삼성물산 주식으로 오는 14일 교부돼 그 다음날인 15일부터 거래될 예정이다.
15일 이후에는 매물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기관 지분율은 11.4%, 외국인 지분율은 10.4%로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전체 유통물량은 45.3%다. 여기서 국민연금, KCC, 우리사주를 제외하더라도 유통물량은 26.5%에 달한다. 재상장 이전보다 유통물량이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뉴삼성물산 주식 매도를 원하는 (옛)삼성물산 주주가 있을 수 있기에 수급에 의한 주가 상승은 재상장일을 전후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9월 1일 합병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고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6개월 내에 해소해야 한다. 합병 이후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는 통합 삼성물산을 각각 4.8%, 2.6%, 1.4% 보유하게 되는데 이들 계열사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은 조만간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들 지분이 블록딜 형태로 매각될 때 관건은 할인율이다. 높은 할인율이 적용될 경우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새로 인수한 투자자가 곧바로 시장에 팔아서 단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해외펀드에 매각된다면 수급에 부담을 주지 않겠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 단기적으로 통합 삼성물산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 삼성물산의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내년 초를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 덕분에 뉴삼성물산의 몸값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최근 미국 증시 부진으로 상장이 늦어지면서 통합 삼성물산의 몸값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외에 예상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소유한 삼성전자(3.4%) 삼성생명(20.8%) 통합 삼성물산(2.9%) 지분의 증여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꼽힌다. 최근 연일 저점을 경신 중인 삼성전자, 삼성생명의 주가를 고려할 때 오너 입장에서는 증여가 한결 유리해진 상황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종가를 기준으로 증여세는 대략 7조7000억원이 산출된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극에 달했던 작년 말보다 상속세가 1조2000억원가량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이전에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삼성전자홀딩스의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배력 강화 및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홀딩스 지배력 강화와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 분할 시 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잇는 연결고리는 삼성전자 보유 자사주 12.2%다. 통합 삼성물산이 보
그러나 분할 이전에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5%가량 먼저 취득한다면 삼성전자 홀딩스의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은 25.2%로 상승한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