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분석 / 농심 ◆
주가가 2년여 만에 30만원대를 뚫고 오르는 데 이어 지난 2일 36만4500원까지 기록하자 비싼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졌다.
그러나 고평가 여부를 가늠하는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농심이 24.1배로 롯데제과(33.6배) 삼양홀딩스(29.3배) 오뚜기(28.6배) 등보다 낮다. 국내 음식료 업종 PER 평균인 19.8배보다는 높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업종 PER인 24.6배를 적용해 적정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농심이 외풍을 피해 굳건히 버틸 수 있던 비결은 프리미엄 라면 '짜왕'의 흥행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월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내고 있는 '짜왕'의 판매 증가가 2분기 매출액 5295억원과 영업이익 242억원의 깜짝 실적을 견인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고가제품 '짜왕'의 인기는 점유율 확대와 판가 인상을 동시에 충족시켜준 호재로 작용했다. 짜왕의 판매 호조로 2분기 판매단가가 지난해 2분기보다 3.3% 상승했으며, 시장점유율은 61.8%를 기록해 전년도 61.4%보다 소폭이지만 늘어났다. 그동안 정체된 내수 시장에서 2013년 68.9%, 2014년 64.3%, 2015년 상반기 62.3%로 내리막길을 걷던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반전이다. 다만 2위 업체 오뚜기가 '진짜장' 등 모방상품을 출시하면서 저가 공세로 대응하고 있어 반짝 인기에 그칠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로 쏠리고 있다. 당장 임박한 변수는 하반기 본격화할 농심 백산수의 중국 생수사업 성공 여부다. 25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가동 중이며 지난 6월 착공한 연간 100만t 규모의 중국 신규공장은 10~11월께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전망이다. 올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올해와 내년에 걸쳐 중국 20조원 물시장에 어떻게 침투하는지가 관건이다.
신사업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투자규모가 2013년 300억원, 2014년 1000억원, 2015년 700억원으로 총 2000억원에 달해 중국법인 이익 턴어라운드를 늦출 수 있는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농심 관계자도 "중국 생수사업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출시 초기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유통망을 확보해 최대한 손익분기점을 앞당길 것이며, 손익분기점만 통과하면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이익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농심의 라면 매출을 살펴보면 수출 비중이 올 상반기 기준 5.6%에 불과할 정도로 내수에 편중돼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심은 중국·미국 등 거점에서의 이익폭 확대와 호주·유럽·동남아 등 지역으로의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2013년부터 중국 서부내륙 쓰촨성 지역을 적극 공략하고, 미국에서는 중동부 지역 유통채널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2015년 상반기 중국과 미국에서 2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현지 대체상품들과는 차별화된 맛과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료 업종 전체에 불어닥친 환율 변화 등의 여파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2분기 102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2015년 현재 1170~1180원대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그러나 농심 관계자는 "수출 확대와 국산 원료의 비중 강화로 아직까지는 환율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며 "오히려 향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때 원가 부담이 커질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