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설정된 6개 중국본토 공모주 펀드(공모펀드 기준)의 합계 설정액은 5876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모펀드 기준으로 7월 초 7600억원까지 설정액이 불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1700억원가량 자금이 이탈한 셈이다. 같은 기간 '하이중국본토공모주플러스' 펀드에서 716억원, '흥국차이나플러스' 펀드에서 503억원, '동부차이나플러스알파' 펀드에서 301억원의 투자금이 각각 빠져나갔다. 'KTB중국 플러스찬스' 펀드에서도 57억원 가량 이탈했다.
6월 말까지 사모펀드로도 2000억원 가까이 자금이 몰리면서 4월부터 불과 3개월 만에 공모와 사모를 합쳐 1조원 규모의 뭉칫돈이 중국 공모주 펀드로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최근 빠르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 30일 설정된 '마이애셋중국본토RQFII공모주30' 펀드는 자금 모집에 실패하면서 설정한 지 불과 보름 만인 7월 16일 펀드를 청산했다.
지난 2분기 중국 공모주 펀드로 자금이 몰렸던 배경은 상반기 중국 증시의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 속에서 공모주 펀드가 평상시에는 국공채 등 채권 투자로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IPO가 있을 때 공모주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하이 증시가 6월 중순 이후 급격히 꺾이면서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 7월 4일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여러 조치 가운데 하나로 28개 주요 업종에 대한 신규 IPO를 전면 중단하고 나서면서 추가 수익 기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6월 중순 뒤늦게 설정된 대다수 중국 공모주 펀드들이 대부분 채권만 담고 있고 초기에 일부 편입했던 한두 개 새내기 종목들도 7~8월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저조하다.
6개 중국 공모주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상태이고,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도 -5.5%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 설정돼 중국 중소형주와 공모주에 투자한 '대신중국본토중소형주알파' 펀드는 최근 한 달 -16.94%, 설정 이후 수익률이 최근 -22.0%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모주 펀드가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매력적이긴 하지만 중국 당국의 IPO 재개 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상품전략본부장은 "중국의 신규 IPO 중단 배경이 공모청약 증거금으로 인한 수급불안이었던 만큼 현재 시장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에 IPO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추가 위안화 절하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중국 공모주 펀드 대부분이 원화를 달러로, 달러화를 다시 위안화로 바꿔 투자하는 구조인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펀드 투자에서 환차손이 발생해 수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 공모주 펀드는 IPO가 없을 때는 중국 채권에 투자하고 대부분 펀드가 위안화와 달러 간에 환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이 단기간에 위안화를 절상할 가능성도 낮아 공모주 펀드 투자로 당분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