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1조원 이상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한국형 투자은행(IB)’로의 도약을 위해서다. 나아가 매물로 나온 대형증권사인 KDB대우증권을 비롯해 국내외 증권·운용사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100%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주식수는 4395만8609주로 증자 물량 100% 가운데 14%(615만4205주)를 우리사주에, 나머지 86%(3780만4404주)는 주주배정 물량으로 배분한다. 유상증자 예정규모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신주의 예정 발행가액을 2만7450원으로 결정했다. 기준주가에 할인율 15%를 적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이사회에서 11월초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이후 같은 달 중순 발행주식의 30%에 달하는 무상증자도 실시키로 결정했다. 무상증자의 경우 이익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자기자본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6월말 기준 2조4476억원으로 목표대로 약 1조2000억원 증자에 성공하면 자기자본 규모가 3조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삼성증권(3조5705억원) 한국투자증권(3조2580억원) 현대증권(3조2100억원)을 넘어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3위로 부상한다.
미래에셋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한국형 투자은행(IB) 자격요건 충족과 국내외 금융투자회사 M&A, 글로벌 자산투자 확대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대형화를 위해 자기자본 3조원이상 대형 증권사에 대해 기업신용공여와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 자격을 주고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등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고위관계자는 “증자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IB로서 자본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우증권을 비롯한 해외 금융투자회사 등 인수를 폭넓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추진하는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 2011년 말 대우증권이 1조1242억원 증자한 이후 약 4년 만에 국내 증권업계에서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다.
내년 신영업용순자본비율(NCR) 도입과 함께 레버리지비율(1100%) 제한 시행을 앞두고 주가연계증권(ELS) 등 자기신용 발행 업무 등에 대한 제약을 해소해야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 또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해외 오피스빌딩과 호텔 등 부동산 대체투자에도 보다 활발히 나설 수 있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실탄을 마련하면서 대우증권 인수전도 보다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중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뱅크 추진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투자, 자산관리 같은 미래에셋의 DNA를 유지하는 것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인터넷뱅크가 아니더라도 올해 국내외에 2조원가량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박 회장의 발언이 대우증권 인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 대우증권 인수 유력 후보로는 KB금융지주와 중국 금융그룹 시틱(CITIC) 등이다. 또다른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한국금융지주는 인터넷뱅크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하면서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흥행에 불을 불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가치는 장부가 기준으로 1조7758억원이며, 산은자산운용(634억원)과 패키지 매각될 경우에는 예상 매매가격은 경영권프리미엄을 더해 2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대우증권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며 가격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대우증권 인수후보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자본시장국은 미래에셋이나
미래에셋증권의 유상증자 규모는 오는 9월22일 1차 발행가격 계산, 10월30일 2차 발행가격 계산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최재원 기자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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