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속에서도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공모주 투자에 또 한 번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올해 상장을 예정했던 기업들은 시장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IPO를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공모주 투자 ‘메뉴’가 다양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하반기를 지나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대어급 공모주 청약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은 약 3개월의 기간이 올해 공모주 투자의 마지막 기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공모를 예정한 대어급 업체들은 제주항공(저비용항공사), 태진인터내셔날(핸드백 제조), LIG넥스원(무기 제조), 아이콘트롤스(빌딩제어 시스템), 더블유게임즈(게임) 등 면면도 다양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인 기업만 이미 8곳(8일 기준)에 달한다. 9월까지 예비심사청구서를 내야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 4~5곳이 더 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이달에만 약 35개 업체가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돼 숫자가 훨씬 많다.
우선 코스피에서 주목도가 높은 공모주는 제주항공이다. 저비용항공사(LCC)로는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 합작으로 설립돼 국내 1위 LCC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 LCC를 이용하는 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향후 업황도 밝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장을 앞두고 장외시장에서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달 26일 K-OTC에서 52주 최고가인 5만8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LIG넥스원은 방위산업체로는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다. 방위산업체의 특성상 연간 수주 물량이 미리 정해지기 때문에 실적을 예측하기 쉽고 변동성이 적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업종 자체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태진인터내셔날은 핸드백 브랜드 ‘루이까또즈’로 알려진 회사다. 이 회사는 1990년부터 프랑스 브랜드인 루이까또즈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 브랜드를 독점 공급해오다 2006년 브랜드를 아예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핸드백 등 패션 액세서리 산업은 의류에 비해 안전한 영역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의류에 비해 디자인 턴오버가 낮고 퀄리티를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도 주목할 만하다. 빌딩제어 시스템 업체로 현대산업개발 대상 물량이 전체 수주의 약 70%에 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캡티브 마켓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면서 수익 구조 다변화가 취약하다는 것이 동시에 단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향후 빌딩 제어와 홈네트워크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IoT) 시장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주호 KTB자산운용 주식운용팀 부부장은 “공모가를 고려하지 않고 판단했을 때 LIG넥스원, 아이콘트롤스의 업황과 펀더멘탈이 좋다”면서 “제주항공과 케어젠, 휴젤 등도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더 다양한 종목들이 IPO를 대기 중이다. 단연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페이스북 기반의 카지노 게임 업체인 더블유게임즈다. 이 회사는 향후 공모가가 얼마에 확정되는 지에 따라 코스닥시장 역대 최대 공모 규모 기록과 시가총액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특히 상장에 앞서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키움증권이 주당 430만원에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며 회사 가치를 또 한 번 인정 받았다. 한국투자증권 IPO팀 관계자는 “주간사 측에서 먼저 투자를 제안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면서 “향후 기업의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돼 주당 430만원에 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기기 전문업체로는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인포마크도 새롭다. 이 회사는 일명 ‘에그’로 불리는 모바일 라우터를 생산하다 지난해 어린이용 웨어러블 폰을 출시해 히트를 치며 웨어러블 업체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웨어러블 업체인 핏빗(fitbit)이 상장한 바 있어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업체들의 코스닥 상장 행렬도 계속될 예정이다. 다이노나(항체신약), 케어젠(코스메슈티컬 화장품), 에이티젠(면역세포 진단), 유앤아이(정형외과용 의료기기), 아이진(펩타이드 의약품·백신), 엠지메드(DNA칩), 애니젠(펩타이드 의약품), 뉴트리바이오텍(건강기능식품 제조), 팬젠(단백질 의약품) 등이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중 에이티젠과 케어젠은 이미 심사를 통과한 상태고 다른 회사들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밖에 보톡스·필러 제조업체인 휴젤도 조만간 예비심사청구서를 낼 전망이다.
김태우 유진투자증권 IPO 팀장은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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