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 양극화가 불과 몇 ㎞ 떨어져 사실상 같은 생활권에 속하는 공통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같은 도시에서도 역대 최고 경쟁률로 청약을 끝낸 곳과 수요자가 외면해 미달한 곳이 공존한다. 똑똑해진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 덕택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있지만 투기 수요가 주도하는 요즘 청약 시장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 의뢰해 올해 전국 청약경쟁률 '톱(top) 20' 단지가 나온 대구·부산·울산·동탄2·위례·광주와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같은 지역에서도 경쟁률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올해 전국 최고 청약경쟁률을 올린 단지가 나온 대구가 대표적이다. 이달 초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197가구 모집에 무려 12만명 넘는 청약자가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622.2대1에 달한 반면 비슷한 시기 청약을 받은 '대구검사동 동촌미소타운' 경쟁률은 고작 2.1대1에 그쳤다.
연초 얼마 안 남은 공공분양 물량이라 관심을 모았던 'e편한세상 대구금호'도 3.9대1로 최근 후끈 달아오른 대구 청약 열기와는 다른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2위를 차지한 '광안 더샵'을 포함해 올해 경쟁률 상위 20위 안에 8곳이나 이름을 올린 부산도 마찬가지다. '광안 더샵'이 379.1대1, '해운대 자이2차'가 363.8대1을 거둔 반면 사하구에서 분양한 '감천 오펠리움'과 동래구 온천동 '동래 은우아일레'는 2대1 수준에 머물렀다.
수도권 분양시장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동탄2신도시에서는 청약 미달 단지가 나왔다. 지난 7월 부영이 A31블록에 선보인 '사랑으로'는 718가구 모집에 고작 654명밖에 모이지 않았다. 같은 달 분양한 '금강 펜테리움 센트럴파크3차'가 141.4대1로 동탄2 역대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운 것과 비교된다.
울산에서도 '복산 아이파크'가 256.6대1로 청약 대박을 거둔 반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분양한 '울산 온양 서희스타힐스'는 3순위까지 청약자를 다 채우지 못하며 부진했다.
서울은 동별로 청약 시장 희비가 갈린다. 성동구 옥수동에서는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가 68.2대1로 올해 서울 최고 경쟁률을 올렸다. 알짜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모은 대치동 '대치SK뷰'(50.6대1)와 신혼부부가 많이 모이는 마포구 공덕동 '공덕더샵'(34.9대1)도 선전했다. 반면 봉천동에서 유일하게 분양한 '관악 태우미소가'는 미달됐고 월계동 '녹천역 두산위브'는 2.1대1, 은평구 '힐스테이트 백련산4차'는 1.4대1로 부진했다.
청약 인기 지역에서도 경쟁률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요즘 수요자 안목이 '좋은 단지'를 가릴 만큼 진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 전문위원은 "조건이 안 맞으면 인기 지역이라 해도 쉽게 뛰어들지 않을 만큼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최근 분양시장이 '투기시장'으로 바꿔 불러도 좋을 만큼 변질된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시장이 좋아지자 분양권 프리미엄으로 얼마나 많은 차익을 얻을 수 있을지가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실수요 여부와 관계없이 분양권 단타 매매를 노린 이들이 많아지면서 프리미엄이 많이 붙는 곳에만 몰리는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