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지배구조 관련주들이 최근 들어 롯데·삼성 등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은 현대글로비스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는 9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8거래일 동안 주가가 14.5% 올랐다.
이처럼 주가가 급등한 것은 최근 삼성SDS가 사업부 개편을 단행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삼성SDS는 지난 7일 계열사인 에스원이 가지고 있던 보안 솔루션업체 ‘시큐아이’의 지분 52.2%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또 자사가 가지고 있던 교육컨텐츠 사업부를 자회사인 크레듀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S의 사업부 재편은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사업부를 떼내 기업교육 업무를 맡고 있는 연결 자회사에 붙여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삼성SDS 자신도 정보기술(IT)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삼성SDS ‘몸값 높이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삼성SDS는 삼성전자가 향후 인적분할된 후 삼성전자 투자부문에 대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계열사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뉘고 삼성전자 투자부문과 삼성SDS가 합쳐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며 “삼성전자 투자부문은 합병으로 삼성SDS의 플랫폼을 내재화할 수 있게 돼 사업형 지주회사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투자자들은 다른 그룹 지배구조 관련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왔다. 다른 그룹에서도 삼성과 유사한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달 들어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배구조 관련주로 거론되면서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을 앞두고 33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블록딜(대량거래) 추진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은 바 있다. 지난 6월 시작된 자동차주 투매 여파로 지난달에는 지난 2013년 최저 수준인 17만원대까지 추락했다. 결국 지난 2년 동안 주가가 제자리 걸음을 걸은 셈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이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미완성”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의 주가도 최근 오름세다. 롯데그룹이 최근 지배구조를 투명화 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그룹 내 많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쇼핑·롯데제과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롯데제과(7.9%)와 롯데쇼핑(7.3%)은 9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7%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공언한 연내 순환출자고리 80% 해소를 위해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높게 책정돼야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때 구주매출을 통해 충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호텔롯데가 각각 18.8%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롯데리아 등이 상장하면 호텔롯데가 더욱 높은 몸값을 받는데 큰 보탬이 된다. 이 과정에서 롯데리아·코리아세븐 등 비상장사 지분을 상당수 가지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LG그룹에서는 새롭게 지배구조 핵심주로 부상한 LG상사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9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주가가 7.4% 올랐고 11일에도 오후 1시 30분 기준으로 주가가 전날보다 4.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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