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금융회사 가격이나 수수료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지만 과거 관행을 끊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정치권 요구에 맞추기 위해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서민들을 상대로 수수료율 장사를 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데 못 이겨 카드사들이 줄줄이 수수료율을 내리고 있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가 장기 카드대출(카드론), 단기 카드대출(현금서비스) 등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이어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도 수수료율 인하를 검토 중이다. 지난 5월 이미 수수료율을 내렸던 삼성카드는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담합 논란마저 일 정도다.
이 같은 카드사들 행보는 카드대출 고금리 논란에 대한 압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고금리로 질타를 받으며 정치권과 당국 규제를 받는 것을 보고 우리는 저렇게 되면 안 된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강력한 광고규제를 받는 저축은행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셈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는 가격이 당국에 의해 움직이는 현상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급적이면 시장에 맞겨야 하는데 당국이 업계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카드 업계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형평성을 이유로 당국이 또 다른 금융업종에도 간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하로 카드사 대출 수수료 인하 요인이 생긴 것은 맞지만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는 은행과는 다른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눈치를 보고 있는 정치권에서 공세를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이 보인 행태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상품(현금서비스·카드론) 수수료율을 오히려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저신용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 폭이 두드러졌다.
신학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신용카드사 대출상품 수수료 현황자료' 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올해 2분기 전체 신용등급 90개 구간 중 32개 구간(35.6%) 수수료율을 인상했다. 나머지 구간은 소폭 인하했거나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담보가 없는 서민들이 카드사에서 대출을 못 받으면 결국 대부업체로 가야 하는 환경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시중은행에서 대출 못 받는 사람들"이라며 "수수료가 인하되면 기존 고객들이 카드사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덕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