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주가가 급등한 것은 최근 삼성그룹 내에서 현대글로비스와 유사한 위치에 있는 삼성SDS가 사업부 개편을 단행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삼성SDS는 지난 7일 계열사인 에스원이 보유하고 있던 보안 솔루션업체 '시큐아이' 지분 52.2%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또 자사 교육 콘텐츠 사업부를 자회사인 크레듀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S 사업부 재편은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사업부를 떼내 기업교육 업무를 맡고 있는 연결 자회사에 붙여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삼성SDS도 정보기술(IT)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삼성SDS '몸값 높이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삼성SDS는 삼성전자가 향후 인적분할된 뒤 삼성전자 투자 부문에 대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계열사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나뉘고 삼성전자 투자 부문과 삼성SDS가 합쳐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며 "삼성전자 투자 부문은 합병으로 삼성SDS 플랫폼을 내재화할 수 있게 돼 사업형 지주회사 모습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투자자들은 다른 그룹 지배구조 관련주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다른 그룹에서도 삼성과 유사한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달 들어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배구조 관련주로 거론되면서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을 앞두고 33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블록딜(대량거래) 추진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은 바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주가도 최근 오름세다. 롯데그룹이 최근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그룹 내 많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롯데쇼핑·롯데제과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롯데제과(8.5%)와 롯데쇼핑(6.2%)은 9월 들어 6%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공언한 연내 순환출자고리 80% 해소를 위해 자금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호텔롯데 기업가치가 높게 책정돼야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시 구주매출을 통해 충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호텔롯데가 18.8% 지분을 보유한 롯데리아 등이 상장하면 호텔롯데가 더욱 높은 몸값을 받는 데 큰 보탬이 된다.
LG그룹에서는 지배구조 핵심주로 부상한 LG상사 주가가 오르고 있다. 9월 들어 주가가 13.5% 올랐다. 주요 지배구조 핵심주들 중에서 현대글로비스 다
LG상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범한판토스는 구광모 LG 상무 등 그룹 일가가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LG 계열 물량을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