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내놓은 주가연계증권(ELS) 시장 안정 대책에 여의도 금융투자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눈치를 보던 증권사들이 지난주부터 H주 ELS의 공모 발행을 중단하면서 100만원 단위 소액 투자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지난 6월 이후 크게 하락하면서 지금 해당 지수 ELS에 가입하면 손실 위험이 매우 낮으면서도 연 8%의 높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 강남의 '슈퍼리치'들 사이에는 금융당국의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 H지수 사모 ELS에 대한 투자 열기가 더욱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예탁결제원 금융정보시스템(SEIBRO)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 10개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주(9월 7~11일)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사모형 ELS는 87건으로 공모형 ELS 81건보다 많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가 국내 파생결합증권 시장에서 H지수로의 쏠림 문제를 지적하기 이전인 8월 마지막 주(8월 24~28일)에는 공모형 ELS가 129건으로 사모형 ELS 81건보다 50건 가까이 많았다. 금융당국 경고에 눈치를 본 증권사들이 공모 발행은 줄인 반면 사모 발행은 오히려 늘린 것이다. NH투자증권·KDB대우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금융투자 등은 지난주부터 H지수 ELS 공모 발행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H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사모 ELS 발행이 최근 오히려 늘어난 것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자 고객들의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H지수의 변동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기초자산으로 H지수가 포함되면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다. 발행 기준 가격 대비 첫 조기상환 조건 85%, 원금손실 조건(Knock-In·녹인) 60%, 2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ELS를 비교하면 H지수가 포함될 경우 연간 기대 수익률이 8% 수준인 반면 H주를 빼고 닛케이225나 S&P500 등 다른 지수를 담은 동일 조건의 ELS는 연간 목표 수익률이 약 6%로 2%포인트가량 낮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서울 압구정지점의 한 증권사 PB는 "당국 규제 때문에 공모형 ELS는 발행이 잠정 중단됐지만 사모형 ELS는 투자자 요청이 들어오면 지금도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PB는 "현재 H지수가 9000대이기 때문에 녹인 50%짜리 ELS는 H지수가 5000선 밑으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비교적 안전하게 연 8% 수익을 올릴 수
공모형 ELS는 최소 100만원 이상이면 투자가 가능하지만 사모 H주 ELS는 최근 투자자가 몰리면서 최소 5000만원 이상 단위로 팔리고 있다. 지수형 ELS에 대한 당국의 뒷북 규제에 결국 애꿎은 개미만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