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9월 14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IB인물열전 ① / 이찬우 前 국민연금CIO◆
“부자들은 왜 유명 그림에 투자할까요.”
가을의 싱그러움이 완연한 지난 10일 국민대 경영대학 105호 강의실. 강의 중반부를 넘어가자 오후의 따스함에 다소 무료해진듯한 40명의 학생들은 팝아티스트 앤디워홀의 마릴린먼로 등 유명그림이 강의 슬라이드에 나오자 관심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강의를 처음 시작했던 지난해는 욕심이 앞서서 무조건 많이 알려주려고 하고 어렵게 강의를 한 것 같다”며 “주위 교수들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경험도 조금 쌓여서 이제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냉혹한 자본시장의 프로세계에서 선수들만 상대해왔다. 1954년생으로 자본시장 사관학교인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교보생명 유가증권운용 부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용자의 길을 걸었다. 2001년부터 2008년초까지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을, 이후 신협중앙회 신용·공제사업부문 대표직을 2년여간 역임했고 2010년10월부터 3년간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직을 수행했다. 퇴임후 여러 대학으로부터 교수직을 요청받았고 현재의 국민대에서 2014년3월부터 2년째 교수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 교수는 국민대 경영대에 개설된 '기업경영세미나' 전공과목을 통해 1학기에는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에 관한 내용을, 2학기에는 사모주식·헤지펀드·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관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 전직 고위 인사로서 이례적으로 특강이 아닌 정례강의 형식으로 강의를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학기의 강의 슬라이드가 700여장에 달한다”며 “경영대 전공과목으로 가능한 3학년이상의 학생들이 듣도록 개설했는데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상반기, 하반기에는 각각 100명, 60명의 학생이 수강했다.
이날 강의는 대체투자의 필요성과 특징, 운용전략 그리고 사모펀드(PEF)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에 대한 소개로 진행됐다. 이 교수 재임시절 투자회수가 진행된 국민연금의 영국 HSBC 빌딩 매각 등을 소개하는 등 실사례 중심으로 강의가 이어졌다. 전문용어에 대한 설명도 가능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 교수는 “자연자원(Natural resource)중에서 아직 손이 덜 타서 리스크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자원을 그린필드(Green field)라고 하고 반대로 생산이 이미 진행돼 매출이 발생하는 자원을 브라운필드(Brown field)라고 한다”며 “기관투자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브라운필드 투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투자부문에서 핫핸드(hot hand)편향을 경계해야한다는 얘기를 많이한다”며 “골을 잘 넣는 농구선수가 계속해서 골을 잘 놓을 수는 없는 것처럼 과거의 높은 수익률이 향후에도 고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핫핸드편향의 대표적인 예로 최근 몇 년간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주요 투자처로 주목받았던 MLP(마스터합자회사)펀드를 꼽았다.
이 교수는 지난 2년간 교수로서의 삶이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수로서의 삶은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며 “그동안 쌓은 금융과 투자에 대해 경험 등을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나눌 수 있었고 또한 체계적으로 그동안의 지식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말 대한민국의 신국부론이란 책을 낸데 이어 내년에 대체투자를 내용으로 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현재의 경제·금융지식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고금리상황에서의 생활에만 너무 익숙해있다“며 “저금리 상황에서의 투자에 대한 생각은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 입장에서도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수강생의 절반 이상(23명)이 외국인이고 이중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이 교수는 “학교 전체적으로 중국인 등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인들이 특히 투자에 대해 관심이 높다”며 “영어가 편한 일부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영어자료를 가능한 수강자료에 넣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에 국민연금 CIO직에서 물러난 이 교수는 오는 10월이면 2년간의 취업제한이 풀린다. 국내의 대표 최장수 연기금 CIO인 그를 향한 러브콜이 쏟아질 법도 하다. 이에대해 이 교수는 “아직 정식으로 제안 받은 것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민대 특임교수 외에 정부의 연기금 투자풀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또한 홍콩의 연기금인 양안기금의 투자위원회 위원 겸 자문을 맡고 있다.
■ 프로필
△1954년생△고려대학교 경제학(학사), 연세대학교 경제학(석사), 광운대 경영학(박사) 졸업△대우경제연구소 연구원, 교보생명 유가증권 운용부장,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 신용협동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現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특임교수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