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 보류됐지만 시기가 불과 1~3개월 가량 늦어진 것에 불과하다.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고 10월에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식 코멘트다. 결국 ‘불확실한 장세의 연장’이라는 게 미 금리인상 연기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상 보류를 머지 않은 금리인상을 염두에 둔 자산배분 전략 변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1년 동안 원화 대비 최대 20% 가까이 상승한 달러 자산은 서서히 차익실현을 준비해나가야 한다. 신흥국과 원자재는 금리인상이 결정될 때까지는 여전히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상 이후까지 중장기적으로 내다본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 선진국주식, 금 등을 중심으로 한 분산투자가 요구된다.
18일 매일경제신문이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과거 6차례의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요 자산별 가격 등락율을 살펴본 결과 금리인상 이후 6개월~1년 사이 가장 많이 하락한 자산은 아이러니하게도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달러 유동성 축소로 달러가치가 오르는게 정설이지만 금리인상에 대비해 미리 달러자산에 ‘베팅’했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금리가 실제 인상되면 보유했던 달러자산을 내다팔면서 달러가치가 6개월 이후에는 평균 3.2%, 1년 후에는 평균 4.3% 하락했다.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지난해 9월5일 1024.20원에서 올해 9월7일 1203.70원으로 1년 만에 17.5%나 상승했다. 달러자산에 투자해 10% 안팎 수익을 남긴 투자자라면 금리인상에 앞서 여유있게 차익실현을 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달러자산 투자 시점이 조금 늦었다면 12월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보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적절한 시점에 매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 강세가 부담이 되는 원자재, 그리고 원자재에 대한 국내총생산(GDP)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남미·중동 등 신흥국의 경우 미 금리인상이 결정될 때까지는 단기적인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다만 주목할 만한 대목은 과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가장 많이 가격이 상승한 자산이 원유였다는 것.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 유가는 금리인상 6개월 이후 평균 16.2%, 1년 후에는 평균 28.7%나 상승했다. 국제원유는 달러화로 가격이 표시돼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상대적인 가격 상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금이나 구리 등 다른 원자재도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화는 6차례 미국 기준금리 인상 6개월 이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약세로 전환한 반면, 상품 시장의 상승 확률은 80%가 넘었다”고 말했다. 금(COMEX·뉴욕상품거래소 기준)의 경우 6번 가운데 5번, 원유는 5번 가운데 4번, 상품(CRB지수)은 6번 가운데 6번 모두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은 선진국과 신흥국, 선진국 내에서도 국가별로 경기회복에 속도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과거와는 양상이 일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에는 글로벌 경제의 하강과 상승 속도가 엇비슷했다. 미국이 경기가 호전돼 금리를 올리면 중국의 원유 수요도 함께 증가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한 염려가 상당해 과거만큼의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상품 가운데서는 달러가치 하락 대비 가격 반등이 예상되는 금을 분할매수 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또 머지 않은 금리인상을 전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초과 수익을 내고 싶다면 선진국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용광 삼성자산운용 상품마케팅본부장은 “자국 통화에 대한 약세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일본과 유럽의 경우 미국 금리인상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니 자산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시장 전체보다는 해당 국가의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공모 롱숏펀드나 사모 헤지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시장의 등락과 크게 상관없이 연 5~10% 안팎의 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도 대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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