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철 하나금융투자 사장(61)은 18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증권사 역할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주식 거래를 중개해주거나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투자 자산을 개척하고 운용해 고객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이 지난 1일 하나금융투자로 사명을 바꾼 것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고객에게 수익성 높은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기존 주식·채권뿐만 아니라 파생상품·부동산 등 가리지 않고 발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장 사장의 이 같은 철학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휴스턴의 오피스 부동산에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뒤 5년 만기 연평균 기대수익률 7.5%인 상품으로 만들어 개인 고객들에게 판매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투자(PI)가 선행되는 만큼 개인 고객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검증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세일즈하려면 덩치가 큰 기업금융 딜을 작은 단위로 쪼개야 한다. 하나금융투자가 이 같은 번거로움을 감수하려는 것은 고객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장 사장은 "하나금융투자는 올해부터 고객 수익률이 높은 직원들이 더 많이 운용할 수 있도록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고객수익률을 바탕으로 직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고객수익률 제고와 함께 회사 내부 자기자본수익률(ROE)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장 사장이 고객수익률, 자기자본수익률과 같은 '숫자'를 강조하는 것은 '숫자가 곧 인격'이라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금융상품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오는 12월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데 국내 시장 금리는 내려가고 있다. 지난 15일까지 이어진 30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가 연말께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하나금융투자 분석이다. 원화 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 사장이 가장 유망한 자산으로 보는 것은 달러 표시 부동산이다. 당분간 달러 강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환차익도 기대할
장 사장은 '행복 금융'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 주가연계상품(ELS)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원금 손실이 발생할까봐 고객들이 조바심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나금융투자는 원금이 보장되는 파생상품을 광범위하게 만들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