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株)들이 잇따른 악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방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대형 수주 계약이 취소되면서 손실은 물론 주가 악영향도 피할 수 없게 된 탓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조선업종이 충분히 조정을 겪으면서 이미 바닥을 다졌다는 시각도 있는 한편, 계약 취소 사태 속출과 기대에 못미치는 수주 실적이 당분간 주가의 발목을 잡으리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전날 1162억5277만원 규모의 벌크선 2척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해지금액은 계약이 체결된 2013년의 전년인 2012년 연결 매출액의 4.56%에 해당한다.
다만 회사 측은 “계약 상대방인 마샬 아일랜드 소재 선주사가 중도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게 된 것”이라며 “계약에 따라 선주사로부터 받은 건조대금과 벌크선의 매각 권리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건조대금을 반환하는 등의 재무 부담은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한진중공업은 장 중 5% 넘게 빠지며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 섞인 시선을 드러냈다. 특히 최근 잇따라 터진 계약 취소 사태가 투자심리를 급격히 얼어 붙인 것도 지수의 하락을 부추겼다.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달 중순 영국 시드릴사로부터 6700억원 규모의 시추선 해지 계약을 통보받았다. 현대삼호중은 1억6800만달러(1760억원)에 달하는 선수금과 여기에 붙은 이자까지 돌려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현금 흐름이 악화되자 현대삼호중공업은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 전량(130만8000주·1.50%)을 취득 금액의 3분의 1도 안되는 가격인 2367억원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블록딜)으로 팔아치웠다. 앞서 지난달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미주 지역 선사가 발주한 7034억원 규모의 드릴십에 대한 건조 계약이 해지됐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반짝’ 상승했던 조선주들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 현대중공업(3.92%), 대우조선해양(3.41%) 현대미포조선(3.28%)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조선업종이 올해 2분기 사상 유례없는 실적 충격(어닝 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뚜렷한 상승 재료도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조선업종이 반등한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분석하며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국제유가가 반등하긴 했으나 여전히 해양 플랜트 발주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한데다가 시추설비 부문의 인도지연과 취소 등이 악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가격 매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 연구원은 “조선업의 주가순자산배율(P/B) 0.56배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 0.4배와 유사하지만 올해 조선업체들이 기록한 손실 역시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조선업의 밸류에이션이 대단히 매력적이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수주 취소 소식이 지난 달 부터 들렸지만 이달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던 만큼 더 이상 악재가 작용하지 않는 바닥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조선업종의 안정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 수주를 기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홍균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