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모전문운용사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이르면 내달부터 투자자문사들의 운용사 전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일임자산 1000억원이 넘으면 투자자문사들도 다양한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헤지펀드 운용사로 탈바꿈할 수 있어 이를 준비하는 강소 자문사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문사·부동산투자회사·부실채권운용사 등 줄잡아 100여곳의 자본시장 참여자가 운용사로 전환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경제 펀드팀은 내달부터 시행되는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요건 완화에 맞춰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을 준비하는 투자자문사 대표 3인을 한자리에 모아 포부와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2010년 국내 최초로 채권전문 자문사를 연 채권투자계의 고수다. 자문사 가운데 처음으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를 출시하고 기록적인 수익률을 내면서 실력을 증명했다. 현재 투자일임자산 2500억원을 포함해 3000억원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자문 포함)하고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투자자문 대표는 96년 자본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브레인자산운용 등을 거쳐 2012년 그로쓰힐투자자문을 설립했다. 현재 일임자산을 포함해 4000억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자문사 대표 가운데서도 ‘젊은 피’로 꼽히는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주식일임과 롱숏 운용으로 탄탄한 성과를 내면서 총 6600억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투자업계 고수로 꼽히는 이들이 헤지펀드로 전환하는 이유를 무엇일까. 자문사 대표들은 “헤지펀드 전환은 창업 때부터 생각해온 오랜 숙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투자환경과 제도적 이점을 고려하면 전환은 필연적이라는 설명이다.
원 대표는 “과거 고성장기에는 투자할 곳이 널려 있었지만 한국사회가 저금리·저성장·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괜찮은 투자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며 “주식을 단순히 사고파는 롱온리(Long only)전략보다는 절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법이 시대에 맞다고 판단해 오래 전부터 헤지펀드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김태홍 대표는 “현재 금융상품 시장에서 상승사이클을 가정하고 투자할 곳은 많지만 하강국면에서 자산을 투자할만한 곳은 드물다”며 “다양한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헤지펀드 시장에 참여자가 늘어나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기존 상품에 비해 얼마나 차별화되는지 생각하기 앞서 저성장 국면에서의 시대정신에 적합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헤지펀드가 기존 투자일임이나 자문형 상품에 비해 제도적으로 유리한 측면도 많다. 김형호 대표는 “투자일임식으로 운용할 때 편입할 수 없었던 사모사채에 투자할 수 있어 투자범위가 더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던 스팟펀드(단기 목표추구형 사모펀드)의 출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투자에 앞서 헤지펀드에 대한 정의와 투자목표를 이해할 것을 당부했다. 원 대표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8~9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이들 펀드가 상반기에 사실상 중소형주·헬스케어펀드와 같은 포트폴리오로 운용됐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헤지펀드의 기본 목표는 시장이 잘 나가건 아니건 관계없이 목표한 절대수익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주식형 펀드와 헤지펀드는 자산배분
김태홍 대표는 “헤지펀드라고 해서 비슷한 구조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고 각기 다른 철학과 운용전략을 갖고 있는 만큼 투자하기 전에 어떤 전략으로 운용되는지, 투자목표가 일치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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