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9월 10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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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가에서는 비상장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는 하나금융투자가 화제다.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비상장기업에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PI(자기자본투자)실이 비상장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은 총 200억원이다. 100억원은 창업투자회사에 위탁운용을 맡겼고 100억원은 직접 투자한다. 총 세 종목에 직접 투자했는데 이번에 그중 한 곳인 신라젠을 이번에 일부 엑시트했다.
올해 초 신라젠에 투자한 30억원 중 15억원이 이번 엑시트 때 90억원으로 돌아왔다. 무려 500%의 수익률을 얻은 것이다. 나머지 15억원은 계속 지분으로 보유하고 있다. 신라젠은 내년 7~8월에 상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신라젠 투자액 중 절반의 수익률을 확정했고 나머지 절반에서 500% 이상의 수익을 낼 가능성도 다분한 상황이다. 김학우 하나금융투자 PI실장은 "이명박 정부 이후 창투사에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왔다"며 "브로커도 많아졌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상장 전 엑시트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라고 전했다.
간암치료제를 개발 중인 신라젠은 바이오신약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세 개의 기업 중 한 곳이다. 이 중 두 곳(바이로메드, 코오롱생명과학)은 상장사고 신라젠만 비상장회사다.
하나금융투자가 비상장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금지되면서부터다. 그 후 재무 상태가 안좋은 기업들만 주로 BW 등 메자닌을 발행하게 되자 지난해부터 하나금융투자 PI실은 대안으로 비상장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나금융투자가 투자가 쉽지 않은 바이오기업 그것도 회계 투명성을 믿을 수 없는 비상장기업에 투자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김학우 실장이 유전공학과 출신이라는 점이 한몫했다. 유전공학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있다보니 선후배를 통한 레퍼런스 체크와 논문을 통한 검증이 가능했다. 김 실장은 좋은 바이오 종목을 발굴하는 방법에 대해 "의사들이 투자하는 바이오 기업들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바이오를 잘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투자하는 곳이 바로 제대로 된 바이오 기업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설명이다.
회계 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투자받은 자금의 용도에 제한을 가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실사를 직접 하더라도 정확한 경영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비상장 벤처에 투자하는 증권사가 드물어서다. 1990년대만 해도 증권사들 사이에서 비상장사에 대한 투자가 빈번하게 이뤄졌지만 2000년 바이오 버블 붕괴 때 큰 손실을 입은 후로는 벤처 투자가 종적을 감췄다. 비상장사 투자는 증권사 대신 창투사가 담당하게 됐다. 그러던 중 과감하게 하나금융투자가 창투사 투자 영역에 끼어든 것이다. 물론 고객 자산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본 투자라는 점에서 창투사와 차이를 보인다.
하나금융투자 PI실은 여전히 바이오가 유망하다고 본다. 고령화가 계속 진행중이고 경제력을 가진 계층이 노년 계층인만큼 이들이 많이 지출하는 의료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나금융투자가 직접 투자하고 있는 비상장사 세 곳 중 두 곳이 바이오 기업이다.
하나금융투자는 현재 '제2의 신라젠' 발굴에 나선 상황이다. 김 실장은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자금을 바탕으로 한 운용이기 때문에 돈이 될만한 종목을 발견할 때까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