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두고 주진형 대표와 임직원들 사이에 내홍을 겪고 있다. 일부 임직원들이 ‘서비스 선택제’를 강행, 도입하려는 주 대표에 반기를 들며 성명서 제출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이 임직원들의 내부 의사소통 통로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내린 것도 원성을 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리테일본부 지역 사업부장과 지점장 50여명은 이날 주 대표실을 항의 방문해 다음 달 5일부터 실시할 예정인 서비스 선택제를 유보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화투자증권이 다음달 5일부터 실시할 예정인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의 주식 위탁 계좌를 상담 계좌와 비상담(다이렉트) 계좌로 나누고 상담 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게만 개별 주식 투자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식투자 시 상담·관리가 필요한 컨설팅계좌는 프라이빗뱅커(PB)의 조언을 제공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다이렉트계좌는 저렴한 비용과 편리한 매매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서비스 선택제를 도입하면서 다이렉트 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게는 정률 방식의 주식 거래 수수료율을 없애고 단순 정액 수수료만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서비스 선택제의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도입에 따른 후속 조치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시행했다가 고객의 혼란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날 주 대표실을 방문한 임직원들은 이미 이달 중순에 연판장을 돌려 서비스 선택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기했으며, 25일에는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고객과 영업 사원의 연쇄 이탈로 영업기반의 심각한 손실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여러 차례 제도 시행의 재검토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전격적으로 주 대표실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측이 지난 25일부터 사내 인트라넷과 직원 이메일 계정을 막는 등 내부 소통을 차단하면서 불만이 더 커졌다.
이날 지역 사업부장과 지점장들이 대표실을 직접 항의 방문하고 성명서를 낭독한 데 이어 본사 팀장 30여명과 프라이빗뱅커(PB)들도 잇따라 지지 성명을 냈다.
본사 팀장들은 이날 성명에서 “(주 대표가) 지난주 회의에서 ‘서비스 선택제를 하지 않으면 직원 100명을 자르면 된다’고 말한 것은 임직원의 생존을 담보로 협박하는 것”이라며 “더는 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리테일의 붕괴를 가져올 무책임한 실험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주 대표의 임기가 채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게 새 제도를 도입하는 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주 대표는 증권가를 중심으로 조기 경질
한화투자증권은 주 대표의 뒤를 이을 새 대표이사로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 부사장을 내정한 상태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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