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대학 나와서 보험팔고 있냐며 처음엔 친구 가족들 모두 반대했습니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 안정적인 교직 생활을 꿈꾸던 김정태 씨에게 보험 설계사는 예상치 못한 선택이였다.
청년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르고 사상 최악의 대졸자 취업난 속에서도 보험설계사는 여전히 꺼리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보험아줌마를 연상시키는 사회적 인식 탓에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서도 ‘보험설계사는 최후의 보루’라는 글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20대 중반 우연히 보험의 매력에 빠져 현재 현대라이프 YGP 마포지점 부지점장까지 하고 있는 김정태 씨를 만나 보험설계사가 된 이유와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가 보험설계사에 뛰어든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가장 먼저 합격자를 발표한 곳이 현대라이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반전은 교육으로 얻은 지식을 현장으로 가져가면서 시작됐다. 고학력 대졸설계사의 정착률은 주요 11개 생보사의 13개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인 33.7%보다도 한참 떨어진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즉 영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대졸 설계사 10명중 7명 가량이 일을 그만둔다는 얘기다.
김 씨는 지인을 철저히 가교역할로 삼아 이를 이겨냈다. 처음엔 자신이 보험회사에 다녀 만나기조차 부담스러워했던 친구들이 각자의 연봉에 따른 보험은 물론 은행·증권·펀드 등 맞춤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고 복잡한 상품구조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자 오히려 지인을 앞 다투어 소개해줬다.
자신과 만나 소통하고 고마워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보험에 대한 열정도 커졌다. 보통 설계사들이 50분 정도를 상담시간에 할애하는데 비해 2시간씩 최대 5회까지 만난 적도 있다. 재무설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친밀해져 초기·중기·장기 인생목표를 들은 후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절대 ‘고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상대를 ‘~씨’라고 부르며 영업사원과 고객의 만남보단 컨설턴트와 컨설팅이 필요한 사람의 만남을 추구했다. 김 씨는 “이 일을 하면서 일종의 재무교육에 대한 사명감도 느꼈다”고 고백했다.
실적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실적 1·2등을 꿰차는 건 기본, 한주에 3건 계약을 하는 ‘3w’를 70회 연속 획득했다. 20대에 1000만원에 달하는 월 소득을 올리기도 했고, 갓 서른을 넘긴 지금 12명의 팀원을 아래에 두고 일하고 있다. 부 지점장이 된 지금도 그는 현장을 뛰었던 시절 만났던 사람들 약 300명을 계속 만난다.
보험을 향한 애정도 빠지지 않았다. 김 씨는 “나와 같은 젊은 친구들이 보험과 설계사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전문가에게 보험 상품설명을 들어보며 흥미가 생기는지 간접체험해보는 것 또한 방법이라고 했다. 한국에 ‘보험학과’가 개설돼 있는 대학교는 20개 채 되지 않고 특히 서울 소재 대학 중 보험학과를 운용하는 곳은 한 곳도 없어 대졸자가 보험교육을 전문적으로 받긴 쉽지 않은 환경이다. 보험학이
없는 정보 속에 보험설계사에 대한 편견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 씨는 후배들에게 “저금리 시대 경제 불확실성 또한 커지는 요즘 보험과 재무설계는 비전있는 분야”라며 “편견 때문에 지원을 꺼린다면 부딪쳐 보라”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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